새마을금고가 과거 위기를 딛고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정체성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3년 인출사태 이후 신뢰회복과 체질 개선을 핵심 과제로 삼아온 새마을금고는 중앙회 중심의 리스크 관리 강화와 조합 건전성 제고, 부동산 대출 쏠림 해소를 통해 금융협동조합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인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은 “새마을금고는 서민금융기관으로서 본연의 기능을 다하기 위해 행정안전부·금융당국과 협조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추진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단기적인 위기 대응을 넘어,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아 장기적인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메시지다.
새마을금고는 경영 전반에 걸친 제도개선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왔다. 중앙회의 지배구조를 손질하고 개별 금고의 건전성을 높이는 한편, 부동산 관련 대출에 대한 관리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개별 금고의 최소 순자본비율 기준을 상향하고, 70억원 이상 공동대출은 중앙회의 사전 검토가, 200억원 이상 공동대출은 중앙회 참여를 의무화하는 등 위험 관리 체계를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조합장의 편법적인 장기 재임을 막기 위한 연임 제한 회피 방지 규정도 상호금융권 최초로 시행 중이다.
이 같은 새마을금고의 변화는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상호금융권 제도개선 방안과 맞물리며 힘을 얻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2일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제2차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상호금융권 전반의 구조 개선을 위한 종합 대책을 내놨다. 행정안전부를 비롯해 관계 부처와 감독기관,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중앙회가 모두 참여한 자리였다.
금융당국은 이번 방안의 목표를 상호금융권이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본래 기능을 회복하는 데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중앙회와 조합의 리스크 관리 역량을 높이고,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며, 부동산 담보대출 위주의 여신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우선 중앙회 역할이 대폭 강화된다. 개별 조합의 안전판 역할을 수행하는 중앙회의 경영지도비율, 즉 자기자본비율 기준을 단계적으로 상향해 7% 수준까지 끌어올린다. 중앙회의 부동산펀드·사모펀드 등 대체투자에 대해서는 건전성 분류를 의무화하고, 승인 절차와 한도 설정, 이사회 보고를 통해 관리 체계를 강화한다. 유동성 리스크에 맞춰 중앙회와 조합의 유동성 지표 산정 방식도 개선된다.
개별 조합에 대한 관리 역시 촘촘해진다. 신협·수협·산림조합의 최소 순자본비율 기준을 4%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해 손실흡수능력을 높이고, 특정 차주에 대한 대출 쏠림을 막기 위해 거액여신 한도 규제를 법제화한다. 부당대출과 허위대출을 방지하기 위해 여신 전 과정을 전산으로 관리하는 내부통제 강화 방안도 포함됐다.
특히 부동산 중심의 대출 구조를 바꾸는 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졌다. 순자본비율 산정 시 부동산·건설업 대출에 110%의 가중치를 적용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한도를 총대출의 20%로 제한한다. 대규모 부동산 개발과 관련된 공동대출은 중앙회 사전 검토 의무화 등 취급 요건을 강화하고, PF대출 모범규준을 신설해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정비한다.
권 부위원장은 “이번 제도개선 방안은 상호금융권의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이 필요하지만, 영업환경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과제별 이행기간을 단계적으로 적용한다”며 “부동산·건설업 대출 충당금 적립률 상향 시한을 내년 3월 말까지 3개월 유예한다”고 말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