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바꾸는 세상] “대량 실업 불가피” VS “새 일자리 창출”

노동시장 영향 엇갈린 전망
韓 전문가 4명 중 1명은 부정적
WEF, "7800개 일자리 순증가"
"인구감소 대응책 될 수 있어"

서울 소재 대학교 내 채용공고 게시판의 모습. 뉴시스

 

 생성형 AI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인간의 일자리를 잠식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AI 때문에 대규모 인력감축이 현실화되는 걸까. 일자리 부진의 원인은 굉장히 복합적이다. AI가 노동시장에 미칠 주요 영향을 두고도 상반된 분석과 전망들이 존재한다.

 

 한국경제학회가 지난 9월 패널 위원 33명에게 물은 ‘AI 정책’ 설문 결과를 보면 생성형 AI에 의해 고숙련 인지적 일자리가 대체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16.7%로 나타났다. 물리적 AI로 저숙련 육체노동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8.3%였다. 경제학자 4명 중 1명(25%)은 AI 확산이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 셈이다. AI로 인해 전반적인 노동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예상은 전체의 2.8%에 그쳤다. 

 

 이와 달리 AI 때문에 일자리가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세계경제포럼은 지난 1월 발표한 2025 미래 일자리 보고서에서 AI와 기술 변화로 2030년까지 9200만개 일자리가 사라지는 대신 1억70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내다봤다. 순증가만 7800만개에 달한다.

 

 실증조사 결과는 어떨까.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최근 3년간 AI에 많이 노출된 업종에서 15∼29세 청년층 고용은 줄어든 반면, 50대 일자리는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 7월부터 지난 7월까지 줄어든 청년 일자리 21만1000개 가운데 20만8000개가 AI 고노출 직업군이었다. 구체적으로 생성형 AI인 챗GPT 출시 이후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 출판업, 전문 서비스업, 정보 서비스업에서 청년 고용이 각각 11.2%, 20.4%, 8.8%, 23.8%씩 줄었다.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0만9000개 늘었는데, 그중 14만6000개가 AI 고노출 업종이었다.

 

 이는 청년층이 AI로 대체하기 쉬운 정형화된 교과서적 업무를 주로 담당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업무맥락 이해, 대인관계, 조직관리 등 암묵적 지식과 사회적 기술을 필요로 하는 시니어 업무는 AI가 보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현상은 역사에서 늘 반복돼 왔다. 20세기 중반 이후 컴퓨터와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지금과 비슷한 논쟁이 있었지만, 우려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AI 시대에도 일부 일자리는 줄어들겠지만, AI를 활용한 산업이 또 생겨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한양대 겸임교수)은 “피지컬 AI 서비스가 가능하려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력 등이 모두 확보돼야 한다”며 AI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일자리가 생겨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실장은 “AI 활용이 노동력 감소라는 심각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책이 될 수 있다”고 짚으면서 “근로시간 단축과 생산성 향상 등 AI가 우리 경제와 일자리에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올바른 대응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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