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투자자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가치투자의 상징인 워런 버핏이 60년간 이끌어온 버크셔 해서웨이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난다.
1일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워런 버핏의 뒤를 이어 그레그 에이블(63) 부회장이 버크셔의 신임 CEO로 취임한다. 이는 버핏이 지난해 5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예고했던 은퇴 계획에 따른 후속 조치다.
워런 버핏의 퇴임은 단순히 한 기업인의 은퇴를 넘어 미국 자본주의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1965년 버핏은 망해가던 직물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해 연 매출 약 4000억 달러(약 579조원) 규모의 거대 지주사로 탈바꿈시켰다.
그가 CEO로 재직한 60년 동안 버크셔의 성장은 경이로웠다. 버핏 취임 당시부터 주식을 보유해온 투자자들의 누적 수익률은 약 610만%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S&P 500 지수의 배당 포함 수익률(약 4만 6,000%)을 무려 130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버크셔는 가이코(보험), BNSF(철도), 데어리퀸(식품) 등 수십 개의 자회사를 거느리며 에너지, 운송, 소비재를 아우르는 '미국 경제의 축소판'으로 성장했다. 작년 9월 말 기준 버크셔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3,817억 달러(약 552조 원), 주식 자산은 2,832억 달러(약 410조 원)에 이른다.
버핏은 기업의 내재 가치를 분석해 우량주를 싼 가격에 사서 장기 보유하는 ‘가치투자'를 평생의 신념으로 삼았다. ‘잘 아는 분야에만 투자하라’는 그의 원칙은 애플, 코카콜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버크셔의 핵심 포트폴리오에 그대로 녹아 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 약 1500억 달러(약 217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세계 10위 부자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생활은 여전히 소박하다. 1958년 3만 1,500달러에 구입한 오마하의 집에서 70년 가까이 거주하며, 매일 맥도날드와 코카콜라를 즐기는 그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한 그는 막대한 재산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해왔다. 퇴임 소식이 전해진 마지막 거래일, 버크셔 A주 주가는 75만 4,800달러로 마감하며 버핏 시대의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