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 행사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비공개로 회동한 것으로 7일 전해졌다.
글로벌 자동차·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두 수장의 회동은 만남 자체로 화제다. 공식 일정 밖에서 이뤄진 만남은 시장의 해석을 키운다. 관계자에 따르면 공개 석상에서 말할 수 없는 수준의 개발 일정, 비용, 책임 범위를 조율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SDV(소프트웨어 중심차) 전환은 ‘차를 더 잘 움직이게 하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차가 스스로 학습하고 업데이트되는 구조’로의 이동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 자산은 주행 데이터, 이를 학습시키는 연산 능력, 그리고 학습 결과를 안전하게 양산차에 내려보내는 검증 체계다. 엔비디아가 강점을 가진 영역이 바로 이 ‘학습-검증-배포’ 파이프라인이다.
업계가 주목하는 키워드는 피지컬 인공지능(AI)이다. 챗봇처럼 말로만 똑똑한 AI가 아니라 카메라·레이더·라이다 등 센서로 세계를 인지하고 위험을 예측해 조향·가감속을 수행하는 AI다. 여기서 승부는 모델의 성능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희귀 상황(돌발 끼어들기, 공사 구간, 눈비로 차선이 사라진 도로)을 얼마나 많이 학습시키고 시뮬레이션에서 얼마나 촘촘히 재현해 검증하느냐가 관건이다.
로보틱스 역시 빠질 수 없다. 제조 현장 자동화, 물류 로봇, 휴머노이드 연구는 공통적으로 눈으로 보고 판단한 뒤 움직이는 실시간 추론이 필요하다. 로봇은 차량보다 더 다양한 물체와 접촉하고, 작은 오차가 곧바로 안전 문제로 이어진다. 따라서 고성능 연산 장치만이 아니라 학습 데이터 수집 방식, 센서 구성, 안전 정지 로직까지 한 묶음으로 설계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이 로보틱스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결국 소프트웨어 경쟁력의 확장과 맞닿아 있다.
이번 회동은 단발성 이벤트라기보다 자동차 산업이 반도체·AI 생태계의 시간표에 본격적으로 편입되는 과정의 한 장면으로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신 자동차가 움직이는 데이터센터가 되는 흐름에서 완성차와 AI 반도체 기업의 동맹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에 가깝다”며 “이번 만남이 다음 단계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