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일본을 겨냥해 발표한 ‘이중용도 품목 수출 통제 강화’ 조치가 국내 산업계에도 파급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중·일 3국의 공급망이 밀접하게 연결된 구조여서, 일본의 생산 차질이 국내 완제품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윤창현 산업자원안보실장 직무대리 주재로 산업 공급망 점검회의를 열고, 중국 조치가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관계부처와 함께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자동차 업종별 협·단체, 소부장 공급망센터(코트라), 산업연구원 등이 참석했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있는 이중용도 품목의 일본 수출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이번 조치가 한국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원소재)→일본(가공소재)→한국(완제품)'으로 이어지는 공급망 구조상 일본에서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경우 국내 수입과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양주영 산업연구원 경제안보·통상연구실장은 “2019년 일본 수출규제를 계기로 국내 생산기반 확충, 수입국 전환(대체처) 등을 통해 대일 소부장 의존도가 완화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한중일 공급망이 연결돼 있어 특정국이 받는 충격이 3국 간 확산할 수 있는 만큼 취약품목을 중심으로 소부장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반도체와 배터리, 디스플레이 업계는 공급망 다변화가 상당 부분 이뤄진 만큼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업계는 희토류 관련 리스크에 대해 이미 상시 대응 체계를 구축해왔으며, 배터리 업계 역시 소재 내재화와 대체 공급선 확보를 통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기준 배터리 핵심 소재의 대중국 수입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양극재와 음극재의 대중국 수입의존도 비중은 각각 96%, 93%에 달했고, 분리막과 전해질도 절반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산 비중은 2019년 이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중희토류 등 중국의 글로벌 생산 점유율이 높은 핵심 광물을 중심으로 공급망 교란 가능성을 점검하고, 중국 통제 품목과 연관된 국내 대일 수입 품목에 대해서도 생산 확대와 수입 대체 가능성을 사전에 검토할 계획이다. 아울러 희토류 공급망 TF를 산업안보 공급망 TF로 확대하고, 무역안보관리원과 코트라를 통해 기업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우리 기업의 생산 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급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근본적으로는 외부 충격을 견딜 수 있도록 우리 소부장 산업의 체질을 강화하고 민관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