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금융 공공기관을 향해 과거의 관행을 답습하는 관리 대상이 아닌, 변화를 제시하고 주도하는 ‘능동적인 주체’가 될 것을 주문했다. 정책의 설계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집행이며,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관 간 업무 중복과 비효율을 걷어내겠다는 의지다.
이 위원장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 공공기관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금융공기관은 정책 방향을 현장에서 실체로 만들고 성과에 대해 국민 앞에 책임을 지는 주체”라고 정의하며 “아무리 정책의 취지와 설계가 정교하더라도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되지 않으면 국민 삶에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보고에는 한국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서민금융진흥원, 신용회복위원회 등이 참석했다.
금융위 산하 정책금융기관들은 국가 신성장 동력 확보와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해 대규모 자금 공급과 조직 개편에 나선다. 특히 산업은행은 올해 3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미래 전략 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은 지방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지원 비중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은 “기술 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민관합동 프로젝트인 국민성장펀드에 대해 산업계가 진작 추진됐어야 한다며 매우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에 따르면 현재 우선 확정된 투자 수요만 150조원 이상이며, 산은은 이 중 성공 가능성이 크고 국가적으로 필수적인 프로젝트를 선별해 지원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지금은 자금을 모으는 것보다 국가에 필요한 사업을 고르는 선구안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금융 논리를 넘어 산업 전반을 체크할 수 있는 전문성을 주문했다. 박 회장은 “국내 금융기관 중 산업 이해도가 가장 높다고 자부하지만, 전문성을 더 높이기 위해 국민성장펀드 사무국을 신설하고 민간 전문가 10명을 채용했다”며 “투자심의위원회와 기금운용심의위원회의 2단계 심사를 통해 대통령이 경고한 ‘부패 재원’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답했다.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한 정책금융의 역할도 핵심 화두였다. 이 위원장은 수도권 쏠림 현상을 지적하며 “지방 금융 공급 확대를 위한 획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형일 기업은행 전무이사는 “지방 중소기업 공급 비중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지방 이전 기업에 2조원을 추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대전, 광주, 창원 등에서 운영 중인 창업 육성 플랫폼 ‘창공’을 확대해 지역 스타트업 소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원목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지방 보증 비중을 올해 48%까지 선제적으로 높이겠다”며 “대구의 ABB(인공지능(AI)·빅데이터·블록체인) 특화 사업처럼 지자체별 전략 산업에 맞춘 ‘지역 맞춤형 패키지’를 전국 비수도권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보고했다.
산업은행 역시 올 하반기 광주 투자센터 신설을 비롯해 부·울·경(동남권), 충청(중부권) 등 권역별 거점 투자센터를 통해 지역 밀착형 자금 공급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 위원장은 기관 간 협업도 강조했다. 그는 “업무 중복 시 비효율을 초래하고 정책 효과가 단절된다”며 “각 기관이 자기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른 기관과 어떻게 연결되어 시너지를 내는지 면밀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