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로 국헌을 문란하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내란 특별검사팀이 1심 재판에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한 사형 구형은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사형이 구형된 이후 약 30년 만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결심공판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법정형은 사형·무기징역·무기금고형 세 가지뿐”이라며 사형 선고를 요청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통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기능을 훼손하고, 국민의 정치적 자유와 생명·신체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독재와 권위주의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온 국민이 가장 큰 피해자”라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기본권 등 핵심 헌법 가치가 내란 사태로 한순간에 붕괴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무력으로 봉쇄하고, 헌법상 필수 절차인 국무회의 심의권까지 침해해 국가 작동 구조를 근본적으로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에게 사과하기는커녕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지지층을 선동하며, 용기를 내 진술한 하급자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우는 등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약 38분간 구형 의견을 이어간 특검은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아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없고, 선택 가능한 형 중 가장 중한 형을 택해야 한다”며 “윤석열에게 사형을 구형한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함께 기소된 다른 피고인들에게도 중형을 요구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는 “윤 전 대통령과 함께 내란 범행을 기획·주도하고 군을 동원한 실행 구조를 설계·운영한 핵심 인물”이라고 규정하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 대해서는 “비상계엄을 주도·기획·설계한 인물로,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과의 친분을 내세워 비선을 자처하고 진급에 절박한 후배들을 내란 범행에 끌어들였다”며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는 “대통령의 계엄 선포권 남용을 제어할 위치에 있었음에도 경찰 조직을 동원해 국회를 무력화하고 국회의장과 한동훈, 이재명 등 정치인들에 대한 불법 체포 계획을 지원했다”며 징역 20년을 요청했다. 이 밖에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징역 15년,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으며, 김용군 전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과 윤승영 전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에게는 각각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