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의선 회장, 새해 글로벌 광폭 경영활동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2026년 새해 초부터 10일간 중국·미국·인도를 잇달아 방문하며 수소·배터리·AI·로보틱스·인도 전략을 직접 점검했다. 거대 시장 3개국을 한 번에 훑으며 현대차그룹의 미래 성장축과 글로벌 생산·판매 전략을 재정비하는 강행군이다.

 

정 회장은 먼저 지난 4~5일 중국 베이징을 찾아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하고 CATL, 시노펙, 위에다그룹 등 주요 기업 경영진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CATL과는 전기차 배터리 협력 방향을 논의했고, 시노펙과는 HTWO 광저우를 축으로 한 수소연료전지 사업과 중국 내 수소 생태계 확대 방안을 협의했다. 기아 중국 합작 파트너 위에다그룹과는 중국 시장 재도약을 위한 협력 강화에 의견을 모았다.

 

중국 일정을 마친 정 회장은 이어 6~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이동해 CES 2026을 참관했다. 이 자리에서 엔비디아 젠슨 황 CEO, 퀄컴 아카시 팔키왈라 COO 등 글로벌 빅테크 경영진과 만나 차량 내 AI, 자율주행, 생산 효율화, 로봇 등 ‘피지컬 AI’ 전반에 걸친 협력 방향을 논의했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 AI 기술센터 설립, 블랙웰 GPU 공급 등을 포함한 협력 관계를 이미 구축하고 있다.

 

CES 현장에서는 현대차그룹 로보틱스 역량도 부각됐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첫선을 보였고,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모베드’는 로보틱스 분야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사족보행 로봇 스팟과 전기차 주차·충전 로봇 등 제조·물류·모빌리티 전반을 잇는 로봇 포트폴리오도 함께 공개됐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딥마인드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인간 중심 피지컬 AI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CES 기간 글로벌 리더스 포럼(GLF)을 열어 그룹 주요 경영진과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내세운 ‘체질 개선과 생태계 경쟁력 강화’ 기조, 그리고 AI 전환을 성장 기회로 삼겠다는 메시지를 실제 현장 경영으로 연결한 셈이다.

 

 

11일부터는 인도로 이동해 12~13일 이틀간 첸나이·아난타푸르·푸네 등 인도 전역에 위치한 현대차·기아 공장 3곳을 차례로 방문했다. 현대차 첸나이공장과 모비스 BSA 공장을 둘러본 정 회장은 30년간 인도 시장에서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또 다른 30년을 내다보는 홈브랜드 전략’을 주문했다. 품질과 고객 서비스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문화를 통해 현지화와 혁신을 동시에 추진하라는 주문이다.

 

기아 아난타푸르공장에서는 인도 시장에서의 브랜드·상품성·품질 1등을 목표로 한 도전적 성장 전략을 강조했다. 인도 진출 8년차를 맞은 기아에 대해 정 회장은 “목표를 정하면 민첩하게 움직이는 DNA를 살려 견실한 성장과 강한 브랜드를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푸네공장에서는 소형 SUV 베뉴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1단계 연 17만대에서 2028년 25만대로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계획을 확인했다. 첸나이·아난타푸르·푸네를 합치면 인도 내 생산능력은 연 150만대 규모로 커진다.

 

현대차그룹은 인도에서 약 20% 시장 점유율로 2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인도법인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전동화, R&D, 수출 허브 육성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배터리셀·팩·PE 등 핵심 부품의 현지 생산과 전기차 공급망 현지화도 중장기 전략의 축이다.

 

정 회장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인도 공장 임직원과 가족들을 직접 만나 식사를 함께하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동 진료소 운영, 장애인 지원 캠페인 ‘사마르스’, 교육·직업훈련 프로그램 등 사회공헌 활동도 병행하며 ‘인도 국민기업’으로 자리잡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10일간의 강행군은 현대차그룹이 중국·미국·인도라는 3대 축에서 수소·배터리·AI·로봇·전동화·글로벌 생산망을 동시에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정 회장이 직접 현장을 돌며 파트너와 투자, 생산·판매 전략을 점검한 만큼 향후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행보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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