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금통위, 고환율·집값 우려에 5연속 금리 동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5일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 2.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7월 이후 5연속 동결이다.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에는 연일 치솟는 원·달러 환율과 물가, 수도권 집값 불안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원화는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3.50∼3.75%)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환율이 지난해 12월 22∼23일 이틀 연속 1480원을 웃돌면서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에 국민연금도 환 헤지(위험 분산)에 나서면서 1440원대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새해 들어 서학개미 등의 해외주식 투자가 다시 늘고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팔면서 다시 뛰기 시작해 어느덧 1500원을 넘보고 있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는 하루 전보다 또 3.8원 올라 1477.5원에 거래를 마쳤다. 

여기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최근 원화 약세가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맞지 않는다”는 의 구두 개입 소식까지 알려지며 이날 새벽 외환 시장에서 환율은 일단 1460원대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굳이 금리를 끌어내려 원화 가치 절하를 부채질할 이유는 없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 추세도 기준금리 동결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보다 2.3% 올라 넉 달 연속 2%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특히 석유류(6.1%)·수입 쇠고기(8.0%) 등의 상승 폭이 컸는데, 이는 높은 환율의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수도권 집값 역시 한은이 금리 인하를 머뭇거리는 이유로 해석된다. 10·15 등 정부 부동산 대책과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 관리 등의 영향으로 수도권 집값 오름세나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소 주춤해졌다. 하지만 금리를 일단 현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금융시장 안정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 등에 따르면 올해 1월 첫째 주(5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직전 주보다 0.18% 올랐다. 지난해 2월 첫째 주 이후 48주 연속 상승세다.

 금통위도 이날 통화정책방향회의 의결문에서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도 지속되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안정세 등에 점차 2% 수준으로 낮아지겠지만, 높아진 환율이 상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후 금리 결정 방향에 대한 마지막 문구에는 ‘기준금리 인하’가 사라졌다. 향후 경제·금융 상황에 따라 추가 인하가 없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연내 인하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한은의 금리 인하 사이클(주기)이 끝났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 회복 정도에 따라 금리 인하 필요성이 대두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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