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 은행장들 만나 ‘생산적 금융·원화 환전’ 유도 논의…장민영 기업은행장 참석 눈길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유관기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 제공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시중 은행장들이 3년여 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이번 회동은 단순한 상견례를 넘어, 고환율과 가계부채 등 시급한 경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민관이 머리를 맞대는 ‘정책 조율’의 성격을 가진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연합회 정기 이사회 직후 이어진 만찬 간담회에 참석했다. 은행연합회 이사회는 통상 매월 넷째 주 월요일에 개최되며, 그간 부총리나 한국은행 총재 등 주요 경제 수장들이 참석해왔다. 이 금융위원장이 이 자리에 직접 참석한 것은 지난 2022년 9월 김주현 전 위원장 이후 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이 위원장이 은행장들과 공식적으로 대면하는 것 역시 이번이 최초다.

 

이날 회동은 표면적으로는 만찬 형식을 빌린 친목 도모의 자리였으나, 실제로는 정부의 역점 과제인 ‘생산적·포용 금융’의 구체적 이행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무게가 실린 의제는 단연 ‘가계대출 관리’였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를 지난해(3.8%)보다 훨씬 엄격한 2%대 초반으로 묶을 계획이다. 이미 당국은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자산(RWA) 하한선을 기존 15%에서 20%로 상향 조정하며 은행권의 자본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이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가계로 쏠리는 자금 흐름을 기업 금융 등 실물 경제를 지원하는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해 줄 것을 은행장들에게 강력히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불안한 환율 시장에 대한 은행권의 협조도 테이블 위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연초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에 육박하며 외환 시장의 위기감이 고조된 탓이다. 최근 미국과 일본의 공조 개입으로 환율이 1440원대 초반까지 급락하며 다소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변동성은 여전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당국은 은행권에 달러 환전 우대나 쿠폰 발행 등 환투기 심리를 부추길 수 있는 마케팅을 자제하고, 시장 안정화 역할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모임에는 취임 직후부터 노동조합의 강력한 출근 저지 투쟁에 직면한 장민영 신임 기업은행장도 모습을 드러내 관심을 모았다. ‘총액인건비제 폐지’ 등을 요구하는 노조의 반발로 본점 진입이 무산된 장 행장은 지난 23일부터 인근 임시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장 행장은 금융당국과의 갈등 해법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당연히 금융위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협상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하기엔 시기상조이나, 조속히 사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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