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치매 인구와 함께 치매머니 사냥에 대한 경고음이 도처에서 울리고 있지만, 정부가 치매환자의 자산공백을 메우기 위해 내놓은 대책들이 보조를 맞추기에는 속도가 여전히 더디기만 하다.
28일 보건 당국과 학계 등에 따르면 정상적 의사결정이 어려운 고령자의 재산을 노리는 이른바 치매머니 사냥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로는 성년후견과 신탁제도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성년후견제도는 치매 등으로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한 성인에게 법원이 후견인을 지정, 재산관리와 신상보호를 돕는 법적 장치다. 그 특성과 영역에 따라 성년∙한정∙특정후견 등으로 나뉜다. 고령자가 치매 발병 이전에 계약을 통해 임의후견인을 선정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부정적 사회적 인식 등을 이유로 실제 이용률이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온 게 사실이다. 더욱이 치매안심센터, 복지 및 금융기관, 법원과 경찰 등 유관기관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시스템이 부재한 탓에 경제적 착취에 대한 신고와 개입 시점이 각각 상이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재산 증여와 관련해선 가족간 갈등과 그로 인한 소송에서 후견제도를 본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악용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한계도 있다. 후견제도의 본질이 인지 저하 노인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존엄을 지키는 것인 만큼, 제도의 운영 및 지원체계를 질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치매노인이 공공 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절차와 비용을 지원하는 공공후견 사업도 2018년부터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나온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치매 공공후견 교육을 받은 이들 가운데 절반가량만이 실제 후견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제도의 허점을 드러낸 바 있다. 또한 공공 후견인의 주된 역할이 전문적 자산 관리보단 의료서비스 이용 동의, 복지급여 신청, 관공서 서류 발급 등 치매노인들의 신상 보호와 일상생활 유지를 위한 필수 법률 사무를 대리하는 데 머물러 있기도 하다.
한편, 신탁제도는 고령자가 미리 본인의 재산을 가족이나 금융기관에 맡겨 치매로 의사결정이 제한될 경우, 신탁을 통해 생활비나 의료비 등을 사용하는 제도다. 그러나 공공기관이 재산을 맡는 공공신탁제도는 이제 시범사업 형태로 첫발을 떼는 걸음마 단계로, 재산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수많은 노인들이 정책의 수혜를 보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민철 서영대 사회복지행정학과 교수는 “인지증 유병인구 100만 시대에서 단 하나의 해결책은 있을 수 없다”며 “치매 노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존엄을 지키기 위한 총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치매노인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차별 등과 같은 인식의 전환에 필요한 교육과 더불어 후견, 신탁제도와 같은 권리기반 의사결정 지원시스템의 고도화가 필요하다”면서 “치매를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이 아닌 민관의 자원들의 통합 거버넌스 구축과 이를 통한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