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PV5 패신저를 강남에서 은평구 이마트까지 몰아봤다. 도심 정체와 간선도로, 내부순환로, 짧은 고속 주행이 섞인 구간이다. 평가 기준은 단순하다. 차체가 도심에서 얼마나 어울리는지 반자율과 적재·수납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개인용과 상업용을 한 대로 커버할 수 있는지다. 결론부터 말하면 PV5는 카고의 파생이 아니라 승용과 상업을 동시에 겨냥한 도심형 다목적 전기차다.
차체는 전장 4695mm, 전폭 1895mm, 전고 1905mm다. 휠베이스 2995mm가 실내 여유의 핵심이다. 외형은 밴에 가깝지만 비례는 전기차 플랫폼 특유의 짧은 오버행으로 정리됐다. 시야는 높고 보닛 끝이 멀지 않아 차폭 감이 의외로 빨리 잡힌다. 적당한 크기로 지하주차장 램프와 골목 코너에서 차체가 늦게 따라오는 느낌은 크지 않다.
동력계는 앞바퀴를 굴리는 전기모터 기반이다. 롱레인지 기준 최고출력 120kW, 최대토크 250Nm이다. 공차중량 2075kg이지만 저속에서 토크가 먼저 나와 출발이 둔하지 않다. 강남 시내에서 신호 대기 후 재출발, 끼어들기 대응, 좁은 차선 변경이 반복돼도 차가 빠릿하다. 가속 페달은 초반 응답이 빠르되 과격하게 튀지 않게 눌러둔 타입이다. 도심에서 승객이 흔들릴 정도의 불필요한 과민함 역시 적다.
조향은 가볍다. 저속에서는 한 손으로도 다루기 쉬운 편이고 속도가 올라가면 인위적으로 무거워지기보다 일정하게 저항이 늘어난다. 차체가 큰 만큼 급격한 스티어링 입력에서는 전후 하중 이동이 느껴지지만 리듬을 맞춰 넣으면 차가 한 번에 따라온다. 서스펜션은 과하게 물렁하지 않다. 과속방지턱에서는 충격을 한 번에 잘라내기보다 두 번에 나눠 흡수한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잔진동은 남지만 차가 출렁이며 후속 동작이 길어지지 않는다.
올림픽대로로 속도를 올리면 직진성이 안정적이다. 바람에 밀리는 느낌은 크지 않고, 차로 변경 시 롤이 크게 튀지 않는다. 가속은 폭발적이기보다 일정하다. 과속을 부추기지 않고 흐름에 맞춰 꾸준히 속도를 쌓는 성격이다. 고속에서의 소음은 타이어·풍절음이 중심이다. 엔진음이 없는 만큼 소리의 종류가 단순하고 일정 속도에서 계속 이어진다.
제동은 초반이 예민하지 않다. 페달 스트로크를 남겨 둔 세팅이라 저속 정체에서 급정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 회생제동은 도심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신호가 잦은 구간에서는 감속 과정에서 에너지를 되돌려 받는 감각이 분명하고 운전자는 브레이크 사용 빈도를 줄일 수 있다. 다만 회생 개입이 강한 구간에서는 발끝 조절이 필요하다.
반자율 주행은 체감 완성도가 높다. 차로 중앙 유지와 앞차 간격 제어가 급하지 않게 개입한다. 내부순환로에서 속도가 오르내려도 제어가 거칠지 않다. 차가 차선을 찾느라 좌우로 흔들리는 현상은 크지 않고 전방 차량이 끼어들 때도 과도한 급브레이크로 반응하지 않는다. 장시간 운행에서 피로를 줄이는 쪽으로 맞춘 설정이다.
배터리는 71.2kWh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복합 358km, 도심 404km, 고속도로 301km다. 전비는 복합 4.5km/kWh, 도심 5.1km/kWh, 고속 3.9km/kWh다. 도심 비중이 높을수록 수치가 유리해지는 전기차의 특성이 그대로 나타난다. 강남 시내처럼 정차와 재출발이 반복되는 환경에서는 체감 주행 가능 거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편이고, 고속 비중이 커지면 현실적으로 내려온다.
실내는 공간을 기능으로 바꿔 놓는다. 긴 휠베이스 덕분에 2열과 적재공간이 동시에 넉넉하다. 수납은 곳곳에 분산돼 있다. 도어 포켓, 콘솔 주변, 하부 공간이 생활 소품과 업무 장비를 동시에 받는다. 물건을 한 곳에 몰아넣기보다 사용 빈도에 따라 자리를 나눠 넣게 된다. 이 구성은 장보기에도, 현장 방문에도 짧은 납품에도 유리하다.
마트 주차장에서는 차의 성격이 더 분명해진다. 장보기 짐을 실을 때는 가족차처럼 쓰이고, 상자를 더하면 소규모 물류차처럼 변한다. 승용의 편의와 상업의 효율을 한 차체에 묶어 놓은 구성이다. 물론 카고 버젼이 존재하지만 개인용과 상업용을 나눌 필요가 없는 차였다.
충전은 일상 루틴에 맞춘다. 출퇴근과 업무 동선이 고정된 운전자라면 야간 완속으로 운영이 가능하고, 외부 일정이 길어질 때는 급속으로 짧게 보충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전기차 특성상 공회전 손실이 없고, 정체 구간에서 에너지 소모가 상대적으로 적다. 이런 조건이 PV5의 ‘도심형’ 성격과 맞물린다. 다만 높은 전고와 넓은 측면은 좁은 골목에서 신경을 요구한다.
주차는 보조 카메라와 센서 의존도가 올라간다. 반자율은 편하지만 손을 놓을 수는 없다. 차로 표시가 지워진 구간에서는 개입이 잦아지고, 곡률이 큰 램프에서는 속도를 줄여야 한다. 그럼에도 핵심은 명확하다. ‘한 집의 패밀리카’와 ‘한 사람의 작업차’를 한 번에 해결하는 옵션이 국내 시장에서 많지 않다. PV5는 그 해답지다.
김재원 기자 jkim@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