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열린 미국 최대의 스포츠축제 제60회 슈퍼볼(슈퍼볼 LX)은 그 어느 해보다 인공지능(AI) 및 빅테크 기업들의 중간 광고 경쟁이 치열했다. 과거엔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소개하는 정도였다면, 올해 광고에선 AI가 일상의 비서 또는 업무 파트너로서 사용자에게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주를 이뤘다. 슈퍼볼 중간 광고 비용은 30초당 평균 800만 달러(한화 약 117억원). 막대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AI 주도권을 잡으려는 글로벌 IT 기업 간 불꽃 튀는 마케팅 전쟁이 슈퍼볼에서 재현됐다는 평가다.
우선 구글은 잔잔한 피아노 음악을 배경으로 ‘뉴 홈(New home)’이란 제목의 60초짜리 광고를 송출했다. 주제는 제미나이(Gemini)가 최근 이사한 가족의 생활을 돕는 내용이다. 광고는 엄마와 어린 아들이 제미나이에게 “벽지를 파란색으로 바꿔줘”, “정원에 어떤 식물을 심을지 보여줘”라고 질문하면 제미나이가 이를 시각화하는 과정을 담았다. AI가 우리의 일상에서 얼마나 유용한 존재인지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마존 역시 60초짜리 광고를 통해 자사 생성형 AI 비서 ‘알렉사 플러스(Alexa+)’의 성능을 뽐냈다. 광고 제목은 ‘크리스 헴스워스는 알렉사 플러스가 무서울 정도로 좋다’로, 알렉사 플러스가 마사지 예약 등 다양한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을 그렸다. 아마존은 지난해 선보였던 알렉사 플러스를 지난달부터 미국 전역에 본격적으로 확대 출시했다.
메타는 슈퍼볼 중간 광고에서 고강도 스포츠 환경에 특화된 스마트 글래스 ‘오클리 메타 뱅가드(OAKLEY Meta Vanguard)’를 소개했다. 이 회사는 뱅가드를 착용한 채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거나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장면을 내보냈다. 메타는 영상 후반에 뱅가드의 표어 ‘운동 지능이 여기 있다(Athletic Intelligence is here)’를 내보내며 역동적인 상황에서도 뱅가드가 높은 기능성을 지녔다는 점을 알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슈퍼볼 광고는 업무 환경에서 자사 ‘코파일럿(Copilot)’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게 특징이다. 영상 초반은 사용자에게 익숙한 엑셀(Excel)을 통해 코파일럿이 구동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후 코파일럿이 엑셀 안에서 선수들의 40야드 달리기 기록, 리더십 상위 3명 선수 선별 등 복합한 데이터 분석 결과를 NFL 스카우트에게 제공한다는 내용을 표현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광고에서 ‘엑셀에서 코파일럿으로 데이터를 단순화해라(Simplify data with Copilot in Excel)’는 캐치프레이즈를 내보냈다. 복잡한 데이터도 자동으로 정리하며 통찰력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다.
오픈AI와 앤트로픽 간 신경전도 이목을 끈다. 오픈AI는 이번 슈퍼볼 중간 광고에서 ‘유 캔 저스트 빌드 싱스(You can just build things)’란 제목의 60초짜리 광고에서 자사의 에이전트 기반 코딩 어시스턴트인 ‘코덱스(Codex)’의 유용성을 전했다. 개발자 등에게 오픈AI의 서비스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클로드(Claude) 개발사인 앤트로픽은 올해 처음으로 슈퍼볼 광고를 집행했다. 앤트로픽은 광고 말미에 ‘광고는 AI에 들어올 수 있지만, 클로드엔 들어올 수 없다(Ads are coming to AI. But not to Claude)’란 문구를 띄웠다. 최근 챗GPT 무료 사용자를 대상으로 광고 수익화 계획을 밝힌 오픈AI의 행보를 넌지시 비판한 거란 해석이 많다.
AP통신은 “오픈AI와 앤트로픽 간 경쟁이 슈퍼볼 광고로까지 번졌다”면서 “두 회사 모두 AI 사용자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오픈 AI와 앤트로픽은 이달 초 새로운 AI 모델 ‘GPT-5.3 코덱스’와 ‘오퍼스 4.6’를 각각 출시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