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증원’ vs ‘정책 판단’…의대 증원 후폭풍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확정 이후 시민단체와 의료계 반발이 이어지며 의료 인력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11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에 학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확정 이후 시민단체와 의료계 반발이 이어지며 의료 인력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11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에 학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시민·환자단체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계획을 두고 ‘의사 부족 규모에도 못 미치는 졸속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는 증원 자체에 반대 입장을 유지하며 구체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의료 인력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환자단체연합회로 구성된 국민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는 11일 공동 성명을 냈다. 이를 통해 “2024년 이후 환자와 국민이 의료 공백의 고통을 감내하고 보건의료 노동자가 붕괴 직전인 의료 현장을 버텨온 대가가 고작 2027년 490명 증원인가”라며 정부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는 전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통해 2027∼2031년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연평균 668명 수준으로 확정했다. 의사 인력 부족 문제 대응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다만 증원 규모 산정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가 제시한 2037년 기준 의사 부족 규모는 12개 시나리오. 최소 2530명에서 최대 7261명까지 제시됐다. 보정심은 일부 시나리오를 제외하고 논의를 진행한 뒤 4800명, 4724명, 4262명 등 3개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검토했다. 최종적으로 중간값인 4724명을 정책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이 가운데 공공의대 및 지역 신설 의대를 통해 확보될 것으로 예상되는 600명을 제외하면 기존 의대 증원으로 확보해야 할 인력은 약 4124명 수준이다. 이를 5년 증원 기간에 적용하면 연평균 약 825명 확대가 필요하지만, 정부가 결정한 증원 규모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실제 추가 배출 인력은 정부 추계 부족 규모의 약 75% 수준에 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민단체는 이를 정책 후퇴로 평가하고 있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국장은 의사 부족에 따른 부담이 결국 환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도 시나리오 압축 과정과 교육 여건 상한 적용이 결과적으로 증원 규모 축소로 이어졌다며 정책 결정 과정을 비판했다.

 

정부는 의대 교육 여건과 수용 능력 등을 고려한 정책적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교육 인프라와 학번 중첩 상황 등을 반영해 증원 규모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교육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증원 결정”이라며 의학교육 정상화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지난 2년 동안 의료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대화에 임해왔지만 숫자에만 매몰된 정부 결정을 마주하며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현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고 수정 제시한 안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에서 투표 참여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의협은 휴학 사태 이후 복귀 학생 증가로 교육 인프라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하며 대학별 교육 가능 인원 재산정과 실질 권한을 가진 의학교육 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또한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구조 개편과 추계 주기 단축 ▲필수의료 보상 강화 ▲의료사고 형사 책임 완화 ▲면허 관련 제도 개선 ▲해외 의대 인증 기준 강화 ▲군복무 대책 마련 등 제도 개선도 요구했다. 이 단체는 정부가 현장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며 향후 의료 현장 혼란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도 강조했다. 의협은 내일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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