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말쯤에는 일반 대중에게 휴머노이드 로봇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해 내보인 자신감이다. 그는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대해 “공장 내 단순 작업에 일부 활용 중이며 올해 말에는 더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반인 대상 시중 판매의 계획도 밝혔는데 “매우 높은 신뢰성과 안전성에 더해 기능의 범위도 매우 높다고 확신할 때”라고 표현한 그 기준이 2027년 말이다.
2021년 첫 선을 보인 옵티머스는 테슬라의 전기차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인공지능(AI) 로봇이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지난해 말 회사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사람에게 물건을 전달하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춤을 출 수 있는 정도로 발전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29일 테슬라 실적 설명회에서 고급 전기차 모델의 생산 라인을 옵티머스 공장으로 전환하겠다면서 “장기적으로 연간 100만대의 옵티머스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깜짝 공개했다.
현대자동차가 지분을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도 가장 발전된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평가받는다. 2013년 초기 모델이 공개된 이후 발전을 거듭한 결과, 지난달 공개된 양산형 아틀라스는 50㎏ 무게를 들 수 있고 30㎏ 무게를 든 채 이동할 수 있다. 스스로 배터리를 교체할 수도 있다. 특히 완성차 조립 공장에서 의장(세밀한 조립)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고정식 기계보다 훨씬 유연한 만큼 수백 개의 작은 나사와 배선이 얽혀있는 하부 작업도 가능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피규어AI사가 최근 공개한 휴머노이드 ‘피규어03’은 단발성 동작을 넘어 생활 공간 전체를 오가며 장시간 자율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 로봇은 가정의 주방에서 식기세척기로 이동해 문을 열고 그릇을 꺼내 수납장에 정리한 뒤 다시 식기를 꺼내 식기세척기에 넣고 작동시키는 과정을 4분 동안 버퍼링 없이 자율적으로 수행했다.
‘로봇굴기’를 외친 중국도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중국 로봇 업체들은 정부(공업정보화부) 지원 아래 출하량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자랑한다. 최근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이 1만3000대인데 중국 업체 애지봇의 출하량이 5168대에 이르렀다. 2~3위에 이름 올린 유니트리(약 2000대)와 유비테크(약 500대)도 중국 회사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내 휴머노이드 관련 업체가 150곳을 넘어섰다고 덧붙였다.
애지봇의 바퀴형 휴머노이드 로봇 ‘위안정A2-W’는 사람과 같은 유려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 번의 교대근무로 1000개의 물류 상자를 배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물류는 수많은 종류의 형태와 재질, 크기의 상품을 매일 다루는 산업으로 제조로봇처럼 동일 작업을 반복하는 고정형 자동화 설비를 활용하면 효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밀한 작업 능력을 갖춘 휴머노이드가 대안으로 꼽혀 왔다.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모델 ‘G1’은 시속 12㎞의 이동 속도와 고도의 유연성을 갖췄다. 최근 회사는 영하 47도가 넘는 신장 알타이 설원에서 G1이 13만 걸음(약 100㎞)을 걸었다는 내용의 영상을 공개했다. 극저온 환경에서의 적응도를 입증한 것이다.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은 가격 면에서 우위다. 유니트리의 기본 모델 가격은 6000 달러(약 870만원)이며 애지봇의 축소형 버전 가격은 약 1만4000 달러(약 2000만원)이다. 반면 테슬라 옵티머스는 2만~3만 달러(약 3000만~4400만원)를 제시한 상태다. 아틀라스 역시 3만대 양산시 3만5000달러(약 5000만원), 5만대 생산 시 3만 달러(4400만원)선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가 지난해 29억2000만 달러(약 4조3000억원)에서 연평균 39.2% 성장해 2030년에는 152억6000만 달러(22조4000억원)로 팽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모든 분야의 공장에 휴머노이드가 도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머스크는 로봇공학이 세계 경제의 폭발적 성장을 촉진하고 로봇의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해 “로봇이 인간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