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역법 301조 관세 조사 추진…한국도 포함 가능성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사진=EPA 연합뉴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사진=EPA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법원의 위법 판결로 무효가 된 상호관세를 대체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관세 조사를 추진하면서 한국도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1일 성명을 통해 “무역법 301조 조사는 주요 교역 상대국 대부분을 포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미국이 대규모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주요 교역국 중 하나로,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2025년 한국과의 교역에서 564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 유럽연합(EU), 멕시코, 베트남, 대만, 아일랜드, 독일, 태국, 일본, 인도에 이어 11번째 규모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하자, 이를 대체할 수단으로 무역법 122조와 301조를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2조를 근거로 24일부터 전 세계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그러나 122조 관세는 최장 150일, 최대 15%로 한정돼 있어 상호관세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행정부는 301조를 활용해 추가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기존 상호관세 수준의 관세 수입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호관세 체계에서 10% 기본관세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받았던 국가들에 대해 추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국은 당초 25% 상호관세 대상이었으나 이후 협상을 통해 15%로 낮춘 바 있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불공정·차별적 행위에 대해 관세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형식상 외국의 부당한 무역 관행을 시정하기 위한 제도지만, 행정부가 협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온 측면도 있다.

 

한국의 경우 디지털 규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국회에서 논의된 온라인 플랫폼법과 허위조작정보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미국 기업을 차별할 소지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해왔다. 망 사용료와 구글 정밀지도 반출 문제도 미국이 지속적으로 시정을 요구해온 사안이다.

 

이뿐 아니라 쿠팡 지분을 보유한 미국 투자회사들이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조치를 “부당하고 차별적”이라고 주장하며 지난달 USTR에 301조 조사 청원을 제기한 바 있다. 이 밖에 농산물·식품 교역, 지식재산권, 의약품 가격 정책 등 비관세 장벽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리어 대표는 과잉 산업 생산능력, 강제노동, 제약 가격 책정 관행, 디지털 서비스세, 미국 기술기업과 디지털 상품·서비스에 대한 차별 등 다양한 분야를 조사 범위로 언급했다. 미국은 이미 브라질에 대해 디지털 통상 정책을 문제 삼아 301조 조사를 진행 중이며, 중국에 대해서도 해양·물류·조선 산업 관련 조치를 시행했다가 미중 무역 합의를 통해 1년 유예한 상태다.

 

아울러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품목별 관세 확대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232조 관세는 자동차·철강·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대미 수출 품목에 적용돼 상호관세보다 부담이 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건은 관세 부담의 재배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이전보다 더 많은 관세 수입을 거둘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도 무역법 122조·301조·232조를 활용하면 올해 관세 수입에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통상적으로 301조 조사는 개시 후 12개월 이내에 결론을 내리지만, USTR은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122조 관세가 150일로 제한된 만큼, 그 이전에 301조에 따른 추가 관세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한국은 기존 무역 합의 이행 문제와 별도로 301조 협상까지 병행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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