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오는 26일 ‘수정 경제전망’ 발표를 앞두고 지난해 11월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1.8%)를 상향 조정할지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견조하게 이어지는 반도체 수출 실적은 성장률 눈높이를 끌어올릴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관세율 인상(15%→25%) 카드로 압박 수위를 높인 데다,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 발발 우려까지 겹치면서 대외적 리스크가 향후 경제 흐름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0%에서 동결할 것이 전망이 굳어지면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1.9∼2.0%로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경기 호조와 수출 개선, 내수 경기 회복,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 효과 등이 성장의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지난달 올해 첫 금통위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금리 인하’ 문구를 완전히 삭제했다. 사실상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를 알렸다. 당분간 금리 동결 기조가 장기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은은 2024년 11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한 뒤 지난해 5월 1.6%로 하향 조정했다. 이후 11월 경제전망에서는 다시 1.8%로 올려잡았다. 이번 전망에서도 강력한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경제성장 상방 리스크를 반영해 1.9~2.0%까지 추가 상향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내외 기관들도 반도체 수출 호조세를 반영해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하고 있다. 앞서 지난 11일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올해 성장률 수정 전망치로 종전 1.8% 보다 0.1%포인트 상향한 1.9%를 제시했다. 글로벌 IB들의 전망은 더 높은 편이다. 씨티는 2.2%에서 2.4%로, UBS는 2%에서 2.2%로 각각 0.2%포인트씩 올렸다. BNP파리바도 2.0%에서 2.3%로 조정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수정 경제전망에서 한은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어느 수준까지 조조정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연간 성장률을 2.0%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은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발 대외 리스크가 성장 경로에 하방 압력을 가져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한국 국회에서 대미 투자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아 품목별 관세와 기타 모든 상호관세(국가별 관세)를 현재 15%에서 한미 무역 합의 이전 수준인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한은은 지난해 8월 전망 당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25%로 높아지면 성장률이 기본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국제유가가 요동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도 성장 경로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관세 철폐 시 글로벌 무역 분쟁 완화로 성장 하방 리스크가 낮아질 수 있고, 한국은 대미 투자를 이행하지 않아도 돼서 환율이 안정될 수 있다는 긍정적 해석이 있다”면서도 “150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 관세 수입의 환급 압력이 높아지면 미국 재정 악화와 국채 발행 증가로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