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대미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압박에 대한 법적 기반이 흔들리게 됐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곧바로 대체 카드를 꺼내 들면서 안도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상호관세를 더 이상 징수할 근거가 사라졌고 기존 징수분도 무효가 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10%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22일에는 15%로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상호관세의 법적 공백을 사실상 다른 조항으로 메운 셈이다.
문제는 향후 대응 방향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자동차 등 전략 품목을 중심으로 품목별 관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무효화된 상호관세와 유사하거나 그 이상의 부담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간 ‘트럼프 관세’로 출렁였던 외환·금융시장 역시 다시 긴장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특히 관세 압박을 배경으로 체결된 대규모 대미 투자 합의의 향배가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 정부는 3500억 달러(약 506조9700억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상호관세 자체가 위법 판단을 받은 만큼 투자 약속의 당위성에도 논리적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합의 조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현실적으로 합의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통상 수단이 여전히 다양하고 이미 기업들이 새로운 통상 환경에 맞춰 투자·생산 전략을 조정해왔기 때문이다.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 등은 국내 산업에 새로운 기회로 평가받는 측면도 있다.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이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재조정 되면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의 제품의 미국 시장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의 제품의 미국 시장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앞으로 미국의 관세 구조가 ‘최혜국대우(MFN) 관세 + 무역법 122조에 따른 15% 관세’ 구조로 전환되는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기존 미 관세 구조에서는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대미 수출 경쟁국들이 ‘MFN +상호관세 합산 = 15%’ 구조를 적용받아, 한국이 FTA 체결국임에도 이들 국가와 동일한 ‘15% 관세’를 적용받았으나 미국의 관세 구조 개편으로 ‘FTA 효과’를 볼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무협은 “미국의 새로운 관세 구조로 한국이 한미 FTA로 인한 MFN 관세 면제 효과만큼 가격 경쟁력 우위를 일부 회복할 여지가 있다”며 “MFN 실행세율 면제는 한미FTA 원산지 기준 충족 제품에 한정되는 만큼, 철저한 특혜 원산지 관리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무협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대법원 판결 직후 상호관세 징수를 신속히 중단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즉시 관세 징수가 자동으로 중단되는 것은 아니며 곧 미관세청(CBP)의 후속 지침이 발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4일 예정된 국정 연설에서 향후 관세 정책 방향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어 관련 동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다음 달 발간 예정인 미국의 ‘통상정책의제’와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 등 주요 문서에 담길 내용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대응할 것을 조언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