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별 상호관세를 무효화한 연방 대법원 판결에도 ‘우회로’를 통한 관세 정책 유지를 꾀하고 있다. 폐지된 상호관세만큼의 관세 수입을 충당하는 방안을 찾기에 나선 것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3일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지난 20일 대법원이 무효화한 국가별 상호관세를 다른 관세를 통해 대체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법 122조를 활용해 최장 150일간 최고 15% 관세 부과를 예고한 데 이어 무역부 수장이 바통을 건네받은 모양새다.
그리어 대표는 “실행을 위한 법적 수단은 변할 수 있지만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관세 정책의) 연속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역법 122조가 만료되면 무역법 301조를 통해 관세 정책을 이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이른바 ‘슈퍼 301조’로 불리는 해당 무역법은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행동, 정책, 관행에 관세 부과 등을 통해 대응할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한다.
그리어 대표는 “상무부는 232조(품목별 관세의 근거가 되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기존 관세를 보유하고 있다. 많은 관세가 여전히 제자리에 있다”고도 말했다.
아울러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외국 무역 상대국들과 계속 접촉하고 있으며, 모두 기존에 체결된 무역 협정을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호관세가 폐지됨으로써 무역합의의 한 축인 관세 인하의 가치가 상당 부분 떨어졌음에도 대미투자액을 낮추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상호관세와 마찬가지로 무역법 122조에 따른 15% 관세 역시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민들의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매체들이 지난 12∼17일 미국민 2589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2%P)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지지 응답은 34%에 그쳤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4%에 달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