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수도권 집값·환율 더 지켜봐야…점도표가 ‘신호등’ 역할 할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6연속 동결하면서 인하 사이클 종료를 시사했다. 집값·환율이 여전히 금융시장 내 불안 요소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은 안정적인 흐름 속에서 경제성장률은 개선세를 보여 동결을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에 새로 도입한 점도표(dot plot)에서 ‘6개월 후 금리 동결’에 무게를 뒀다.  

 

한은은 26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8월·10월·11월과 올해 1월에 이어 6회 연속 동결이다. 다음 금통위가 열리는 4월까지 9개월간 금리가 묶이게 됐다.

 

특히 이번 회의의 핵심은 기준금리 동결 자체보다 ‘조건부 기준금리 전망 점도표’의 첫 공개였다. 점도표에는 이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 7명이 각각 3개씩 제시한 6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 총 21개가 반영됐다. 이 가운데 16개가 2.50%를 제시하며 동결 전망이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2.25% 인하 전망은 4개, 2.75% 인상 전망은 1개에 그쳤다.

 

중간값 역시 2.50%로 나타나면서 최소 8월까지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가 시장에 전달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4월·5월·7월·8월 등 향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일정을 고려하면 기준금리가 장기간 동일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도 커졌다는 관측이다.

 

경제성장률 전망 상향도 이번 동결 결정의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1.8%에서 2.0%로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물가상승률 전망 역시 2.2%로 소폭 높였다. 성장과 물가 전망이 동시에 올라간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 여지는 자연스럽게 축소됐다는 평가다.

 

이 총재는 “반도체 경기 호조 등으로 수출과 설비 투자 증가세가 예상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이 올해 성장률을 0.35%포인트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소비 측면에서는 양호한 기업 실적에 따른 소득 여건 개선 등이 0.05%포인트 정도 높이는 요인이었다”고 밝혔다. 반면, 건설 투자의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점은 성장 전망을 약 0.20%포인트 낮추는 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흐름 속에서 반도체 중심의 수출 증가가 국내 경기의 하방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물가 흐름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완전히 안심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기준 2.0%로 낮아졌고 근원물가 역시 2.0%를 유지하며 목표 수준 근처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전자기기 등 일부 품목의 비용 상승 압력과 생활물가 부담, 환율 변동성 등이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지목됐다.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6%로 여전히 완만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안정 측면의 변수도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주택가격 흐름과 가계부채 리스크, 환율 변동성 등은 통화 완화 전환 시 금융 불균형을 확대할 수 있는 요소로 평가했다. 최근 환율이 1400원대에서 등락을 이어온 점과 해외증권투자 확대, 외국인 자금 흐름 역시 정책 판단의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이번에 새로 도입한 점도표가 시장에서 ‘신호등’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도 (이런 시도가) 좋은 평가를 받아서 누가 금통위원이 되느냐에 관계없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의 임기는 오는 4월까지이며, 신성환 금통위원도 5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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