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우위로 시장을 선도해 온 B2B 기업들에 경고등이 켜졌다. 글로벌 기술 평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후발 주자와의 ‘스펙 격차’가 사실상 제로에 수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제품 성능만으로는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B2B 시장의 승부처가 ‘제품’에서 ‘영업 조직의 질적 밀도’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동안 톱티어 기업들은 브랜드 신뢰도와 선도 기술을 기반으로 시장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후발 기업들 역시 클라우드, AI 엔진 등 동일한 기술 인프라를 활용하며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기술 장벽이 낮아진 시장에서 차별화가 사라지면, 남는 선택지는 가격 경쟁뿐이다. 이는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위기 신호다.
세일즈 교육 전문기관 세일즈클리닉에 따르면 다수 기업이 대응책으로 R&D 투자를 확대하고 기능 업데이트 주기를 단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 해법이 되기 어렵다. 제품 업그레이드 속도보다 경쟁사의 모방 속도가 더 빠른 환경에서는 고객 접점에서 구현되는 ‘영업의 전문성’만이 복제하기 어려운 방어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B2B 영업은 같은 악보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에 비유할 수 있다. 악보가 같아도 지휘자와 연주자의 해석에 따라 전혀 다른 울림이 만들어지듯 동일한 제품이라도 영업 담당자가 고객사의 이해관계, 사업 전략, 조직 내 의사결정 구조를 얼마나 입체적으로 파악하느냐에 따라 거래의 결과는 달라진다.
고객이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스펙의 나열이 아니다. 우리 조직의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영업 담당자의 전문성이다. 이 영역은 단순한 가격 공세로는 결코 대체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선진 기업들은 영업 교육을 더 이상 비용이 아닌 전략적 자산 축적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제품은 매달 진화하지만, 이를 전달하는 영업 인력이 과거의 시행착오 중심 학습 방식에 머문다면 기술 투자의 효율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세일즈클리닉 이상훈 대표는 “기술 격차가 사라진 시대일수록 영업 조직의 전문성을 체계적으로 상향 평준화하는 직무 교육이 기업 생존을 좌우한다”며 “영업 현장의 밀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현재 톱티어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시장 방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황지혜 기자 jhhw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