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간 구글이 요구해왔던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조건부 허가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27일 ‘측량 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 회의를 개최하고 1대 5000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 여부를 논의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협의체는 "심의 결과 엄격한 보안 조건 준수를 전제로 반출 허가 결정을 의결했다"며 영상 보안 처리, 좌표 표시 제한, 국내 서버 활용 등의 조건 준수를 전제로 허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공간정보관리법상 1대 2만5000 축척보다 세밀한 지도를 국외로 반출하려면 국토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1대 55000 축척의 지도는 실제 거리 50m를 지도상에 1㎝로 줄여 표현한다.
협의체는 구글 맵스와 구글 어스의 글로벌 서비스에서 대한민국 영토에 대한 위성·항공사진을 서비스하는 경우 보안 처리가 완료된 영상을 사용하고, 과거 시계열 영상(구글 어스)과 스트리트뷰에 대해서도 군사·보안 시설을 가림 처리하도록 했다.
대한민국 영토에 대한 좌표 표시를 제거하거나 노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특히 구글의 국내 제휴 기업이 국내에 보유한 서버에서 원본 데이터를 가공하고, 정부 검토·확인을 거친 데이터만 반출하되 내비게이션·길찾기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데이터만 반출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구체적으로 교통 네트워크에 한정한 데이터만 반출이 가능하고, 등고선 등 안보적으로 민감한 데이터는 반출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협의체는 강조했다.
또 군사 보안 시설이 추가·변경돼 수정이 필요한 경우 정부 요청에 따라 구글이 국내 제휴 기업에 수정을 요청하고, 국내 제휴 기업의 국내 서버 수정 절차를 관리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구글이 데이터 국외 반출 전 정부와 협의해 보안 사고 대응·관리·처리를 위한 방안을 수립하고, '한국 지도 전담관'을 국내에 상주하도록 하는 내용도 반출 조건에 담겼다.
또 정부가 내건 조건의 충족 여부를 확인한 뒤 데이터를 반출하고, 조건을 불이행하면 허가를 중단·회수할 수 있도록 했다.
협의체는 "정부 검토·확인을 거친 정보만 반출하는 체계를 통해 사후관리 통제권이 확보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며 "이번 반출 결정으로 외국인 관광 증진, 지도 서비스 기반 경제적·기술적 파급 효과, 국내 공간 정보 산업 등에 대한 영향 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2007년과 2016년 국가안보상 이유로 구글에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불허한 데 이어, 지난해 2월 같은 요청을 받고 같은 해 세 차례(5·8·11월) 결정을 연기했던 바 있다. 구글은 정부의 조건을 일부 수용하겠다면서 지난 5일 정부에 보완 서류를 제출했다.
구글은 정부 결정에 환영 입장을 보였다.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 및 정보 부문 부사장은 이날 “한국에서 구글 지도의 역량을 선보일 기회를 갖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결정은 중요한 진전이며, 구글은 구체적인 서비스 구현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정부 및 국내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해 한국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의 혁신적인 역량이 구글 지도를 통해 빛을 발하고, 대한민국의 저력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