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중동 전쟁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 국내 산업계 ‘비상’ 속 ‘물가급등’ 우려도

-국제유가 급등 따른 전기요금 압박에 반도체·철강 등 먹구름
-해상운임 상승에 먹거리 물가상승 가능성… 여행업계도 한숨

호르무즈 인접 아랍에미리트 제벨알리항.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제공
호르무즈 인접 아랍에미리트 제벨알리항.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제공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중동 정세가 극심한 혼란에 휩싸이면서 국내 전체 산업계와 국민 물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3일 이란은 미국 및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원유 수송의 대동맥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꺼냈다. 타스 통사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의 최정예 부대 혁명수비대(IRGC)의 에브라힘 자바리 소장은 이날 이란 반관영 ISNA통신을 통해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모든 선박을 불태울 것”이라며 “이 지역에서 단 한 방울의 석유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호르무즈의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국제 유가가 뛰고 이로 인해 물류비와 전기·가스 요금이 상승하면 국내 산업계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중동 원유 도입이 전체의 70%에 달하고, 이 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실제 이날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7.74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6.7% 상승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71.23달러로 전장 대비 6.3% 올랐다.

 

이란 테헤란의 한 경찰서 건물이 미·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손돼 있다. AP/뉴시스
이란 테헤란의 한 경찰서 건물이 미·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손돼 있다. AP/뉴시스

 

 유가 상승은 에너지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다시 커질 수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2년 러·우 전쟁 발발로 글로벌 연료비가 급등한 뒤 7차례에 걸쳐 약 70% 인상된 바 있다.

 

 이번 사태로 전기요금이 다시 오른다면 반도체와 철강,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등 생산원가에서 전기요금 비중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수익성 악화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는 최근 인공지능(AI) 산업 급성장에 따라 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전력 사용량도 증가하고 있어 비용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구조재편에 돌입한 석유화학 업계로선 전기료 추가 부담 시 업황 회복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 위축으로 인해 유가 상승을 제품가에 반영하기 힘든 한계도 여전하다.

 

 정유업계는 단기적으로 정제마진 개선 효과로 인해 수익성이 제고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지만, 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내수 부진과 수요 둔화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미국의 공격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맞서며 국제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최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급유를 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의 공격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맞서며 국제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최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급유를 하고 있다. 뉴시스

 

 먹거리를 포함한 물가도 급격히 오를 가능성이 있다. 국내 식품업계는 원재료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해상 운임의 급등을 걱정한다. 앞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에도 원재료 가격과 물류비가 상승한 바 있다. 중동 지역을 K-푸드 시장 확대를 위한 유망 시장으로 공략 중이던 삼양식품, 농심, CJ제일제당, 파리바게뜨 같은 업체와 브랜드는 한숨이 두 배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시장 비중이 아직 크지는 않지만, 새로운 판로 개척을위해 공을 들여온 것은 사실“이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환율·유가 변동에 따라 농식품 수출과 사료 등 농기자재 공급망, 국제 곡물 가격 등에 변동 가능성이 있어 대응 체계를 강구하고 있다.

 

 여행업계는 항공 노선 변경과 환불 조치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별여행주의보가 발령된 중동지역 7개국 중 관광 상품을 운영하는 국가는 아랍에미리트(UAE) 한곳에 불과해 직접적인 여행 수요 타격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중동 지역을 경유해 유럽 등으로 가는 여행객이 많아 상품 운영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한편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 천연가스 가격도 폭등했다. 카타르 국영 에너지기업인 카타르에너지(QE)가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라스라판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의 가동을 중단한 것이 배경이다. 카타르는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LNG 수출국이며, 라스라판은 카타르의 최대 LNG 생산시설이 있는 곳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이 카타르에서 LNG를 수입 중이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