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가 법적 의무 없음을 내세워 자회사 사고조사원들의 산재보험 적용을 외면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 기업은 오히려 사회적 안전망을 선제적으로 도입했으나 타인의 위험을 보장해 수익을 내는 기업이 정작 내부 위험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정부의 뒤처진 입법 속도가 현장의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교통사고 현장 조사를 담당하는 조사원들은 자회사 소속이라는 외형과 달리 실질적으로는 산재보험조차 적용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삼성화재 자회사인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은 사고조사원과 근로계약이 아닌 업무 위탁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사원들은 삼성화재의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복장을 입고 현장을 누비며 회사의 지휘를 받지만 정작 업무 중 사고를 당해도 산업재해 보상을 받을 수 없다.
2022년 교통사고조사원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77.3%가 업무 중 1회 이상 사고를 겪었으며 평균 사고 경험도 6.7회에 달했다. 조사원들은 업무 특성상 도로 위에서 작업이 이뤄지는 만큼 상시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하지만 이처럼 사고가 빈번함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이들이 특수고용직이라는 이유로 산재 등 보호 의무에 선을 긋고 있는 상태다.
다만 현장 인력의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실무 차원에서 추진 중인 별도의 안전 조치들은 존재한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7월부터 전국 교통사고조사원 대상, 행정안전부 제작 안전수칙 영상과 위험지역 출동 매뉴얼을 활용해 2차사고예방 안전교육을 실시했으며 전국 출동자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위험지역 출동하는 교통사고 조사원 767명에게 3대 안전용품(형광안전조끼, 신호봉, LED 플레어)를 전달하는 등 2차 사고 예방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진행 중에 있다.
이 같은 실무적 지원은 사고 예방에 긍정적인 조치로 평가받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비 지급과 교육만으로는 사고 발생 시 무방비로 노출되는 생계 위협과 고액의 치료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업의 실질적인 보호 대책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플랫폼 노동자의 안전망을 선제적으로 구축한 배달의민족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2019년 김봉진 대표가 사재 20억원을 출연해 ‘우아한 라이더 살핌 기금’을 조성했다. 이 기금은 배달원들의 안전과 생계 보호를 위해 마련된 것으로 배달 중 교통사고로 긴급한 의료비가 필요한 전국의 배달 라이더에게 의료비와 생계비를 지원한다.
해당 기금이 업계에 남긴 시사점은 남다르다. 배달의민족과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더라도 배달업에 종사하는 인력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기 때문이다.
당시 여러 업체 전담하는 배달기사는 산재법 적용에서 제외됐으나 배달의민족은 산재를 인정받은 라이더는 물론 산재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불승인을 받은 라이더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하며 법적 사각지대를 선제적으로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배달의민족처럼 기업이 자발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업계에서는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빠르게 변화하는 노동 형태를 법안에 즉각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행 산재보험법은 보호 대상을 시행령에 일일이 적시하는 ‘열거주의’ 방식을 취한다. 노무제공자의 산재 적용 근거를 두고 있지만 실제 적용 대상은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퀵서비스 기사 등 시행령에 명시된 직종으로 제한되고 있다. 정부가 시행령 명단에 사고조사원을 추가하지 않는 한 이들은 영원히 법 밖의 노동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
2023년 산재보험의 전속성 요건이 폐지되며 제도적 기반은 닦였지만 아직까지 정부의 미온적인 직종 추가 작업이 기업에 법적 면죄부를 주고 있는 셈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출동자 종사자의 지원은 관계기관의 협조, 업계 전체·손해보험협회 차원에서 컨설팅 및 교육 등 다각적인 지원이 지속돼야 할 것이며 당사 또한 별도로 현장의견을 적극 청취하고 2차 사고 예방을 위해 지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종선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교수는 “교통사고조사원의 경우 업무 특성상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기에 산재적용 필요성이 있어 법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산재보험료 납부 시 고용주가 불분명한 경우 정부가 일정 부분 지원해 주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