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국제유가 100달러 돌파에 산업계 비상… 항공·석유화학·정유 ‘직격탄’

-항공사 유류할증료 인상 검토… 석유화학 연쇄 셧다운 우려
-정유·해운 불확실성…반도체·자동차도 전기요금 인상 걱정

최근 인천국제공항의 대한항공 여객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이번 국제유가 급등으로 직격탄을 맞는 업종 중 하나다. 대한항공 제공
최근 인천국제공항의 대한항공 여객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이번 국제유가 급등으로 직격탄을 맞는 업종 중 하나다. 대한항공 제공

 

 중동 전쟁의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아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면서 국내 산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유가와 상대적으로 관계가 덜한 업계더라도 전기요금 등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 차질에 따른 연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9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국제유가 급등으로 항공과 석유화학 등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에는 국내 경제산업의 ‘BIG 2’인 반도체와 자동차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항공업계는 유류비 비중이 영업비용의 25∼35%를 차지해 고유가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업종으로 꼽힌다. 대한항공의 연간 예상 유류 소모량은 약 3050만 배럴로, 유가 1달러 상승 시 3050만 달러(약 450억원)에 달하는 손해가 발생한다. 최근 1주일 새 유가가 약 30달러 오른 것을 고려하면 연간 1조4000억원 가까운 추가 손실이 우려되는 셈이다.

 

기름값이 중동 사태에 영향으로 치솟는 가운데 9일 인천의 한 주유소 가격안내 전광판에 휘발유 소진으로 인한 매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기름값이 중동 사태에 영향으로 치솟는 가운데 9일 인천의 한 주유소 가격안내 전광판에 휘발유 소진으로 인한 매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이에 항공업계는 유가 헤지(위험회피) 확대를 포함한 여러 대응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연간 예상 소모량의 최대 50%에 대해 유가 헤지를 실행 중이고, 아시아나항공은 약 30%에 대해 헤지 계약을 맺고 있다. 항공업계는 유류할증료 인상도 계획 중이나 그럴 경우 소비자 부담 증가로 올해 2분기 여객 수요가 줄어들 수 있어 고심이 큰 상태로 알려졌다.

 

 특히 화물 운송으로 수익을 일부 상쇄할 수 있는 대형 항공사와 달리 여객 의존도가 높고 유류비 비중이 큰 저비용 항공사(LCC)들의 재무적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 업계도 상황이 심각하다. 최근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한 여천NCC에 이어 다른 업체들도 생산 설비 셧다운(가동 중단)이 우려된다. 지난해부터 구조재편 중인 해당 업계는 설비 통합과 가동 중단 등을 통해 생산량을 감축하던 중이라 비축한 납사 재고량도 적어 이번 사태에 따른 영향이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다. 

 

 정유업계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원유 도입 가격과 해상 운임, 보험료 등 달 비용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상황이다. 특히 원유 공급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폐쇄되면서 원유 수급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단기적으로는 비축 재고와 대체 원유 확보 등을 통해 대응이 가능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원가 부담과 수급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최근 부산 남구 신선대 및 감만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시스
최근 부산 남구 신선대 및 감만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시스

 

 해운업계 역시 유류비 비중이 원가의 30~40%를 차지할 정도여서 경영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유가 급등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소비 침체로 이어져 전체 수출입 물동량 자체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등 업계의 비용 증가와 업황 악화도 우려된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때문이다. 실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때도 글로벌 연료비가 급등한 뒤 전기요금이 7차례에 걸쳐 약 70% 인상된 바 있다.

 

 이번에도 그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반도체를 비롯해 철강, 디스플레이 등 원가에서 전기요금 비중이 큰 업종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 업계는 최근 인공지능(AI) 산업 급성장에 따라 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전력 사용량도 증가하고 있어 비용 부담이 더 크다.

 

 자동차업계는 고유가로 인해 내연기관차에 대한 소비심리가 일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하이브리드 차량과 전기차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내연기관차는 여전히 국내 신차 판매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차종이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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