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지분을 보유한 미국 투자사들이 한국 정부의 쿠팡 정보유출 사건 대응을 문제 삼아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제기했던 무역법 301조 청원을 철회했다.
쿠팡 투자사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 정부가 쿠팡에 취한 조치와 관련해 제기했던 301조 청원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들 투자사는 USTR이 불공정 무역 관행과 관련해 보다 광범위한 301조 조사에 나설 의지를 밝힌 만큼 단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 청원은 중복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철회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 1월 제출한 청원이 한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에 대해 미국 정부 최고위급에서 심각한 조사가 이뤄지도록 보장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문제는 한미 정부 간 의미 있는 협의를 촉발했으며 (미국) 의원들의 지속적인 우려를 불러일으켜 한국 정부의 시정 조치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301조는 미국 정부가 해외 시장에서 미국 기업에 대한 불공정 행위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관세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보복을 위협하며 해외 정부의 시정을 유도하는 미국의 통상압박 수단 중 하나다.
USTR은 청원이 제기되면 45일 내에 조사 여부를 결정해야한다. 쿠팡 사건은 지난주 결정기한이 도래했으나, USTR과 투자사들간 면담 이후 청원이 철회됐다.
최근 USTR은 연례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률과 정책 면에서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불합리하고 차별적이라고 판단한 외국의 조치를 시정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 등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투자사들은 “USTR은 미국 기술 기업과 그들의 디지털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차별을 포함해 미국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 보다 광범위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노력을 고려할 때 단일 기업에 초점을 맞춘 독립적인 청원을 추진하는 것은 중복될 것이므로 이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이 말한 USTR의 광범위한 조사가 직접적으로 한국을 겨냥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등 위법 판결 이후, 무효화된 관세를 대체하기 위하 대대적인 301조 조사를 예고한 바 있다.
오히려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로부터 기존 무역합의국을 예우할 방침이라는 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최근 방미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난 후 “예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우리나라 같은 투자 협의를 했던 나라들에 대해서는 거기에 맞게 대우를 하겠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측은 미국 기업에 대해서 차별적인 대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저희는 대규모의 개인 정보 유출이라는 국내 법적 이슈이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대응해 나간다고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들 투자사는 USTR 조사 청원 철회와 상관없이 “한국 정부에 대한 우리의 잠재적 조치는 독립적으로 계속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절차 수순을 밟고 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