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소원 운영 방안 발표…“기본권 보장 취지”

손인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별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손인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별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확정 재판을 심판 대상으로 하는 ‘재판소원’의 사건번호를 지정하고 15년 이상 경력 연구관으로 구성된 사전심사부를 구성하기로 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10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재판소원 도입에 따른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헌재는 지난 3일 재판관 회의를 열어 재판소원 사건 관리 체계를 정했다. 재판소원 사건번호는 ‘헌마’를 부여하고, 사건명은 ‘재판취소’로 기재하기로 했다. 배당은 기존 헌법소원과는 별개의 배당 체계를 적용할 방침이다.


또 경력 15년 이상의 헌법연구관 8명으로 이뤄진 ‘사전심사부’ 구성을 완료했다. 사전심사부는 향후 재판소원 관련 법리를 개발하고, 이른 시일 내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지원한다.


사무처 차원의 행정 지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헌재는 지성수 사무차장을 반장으로 심판지원실과 관련 부서가 참여하는 행정준비단을 구성해 상황을 점검 중이다. 심판 규칙을 개정해 재판소원 청구서 기재 사항과 제출 서류를 새롭게 규정했다. 이는 개정 헌재법 공포일 시행된다.


재판소원 배당에 관한 내부 개정 작업도 서두르는 중이다.


전산 시스템의 경우 법 시행일에 맞춰 재판소원 사건 전자접수가 가능할 수 있도록 했다. 홈페이지에 재판소원 사건 청구 방법 등 안내문도 곧 게시할 예정으로, 일반 국민을 위한 전화·방문 상담에 대비해 안내문도 제작 중이다. 제작이 완료되면 접수 부서에 비치할 계획이다.

심판 수요가 증가할 것에 대비해 인력 증원 및 예비 인력 확보도 추진하고 있다.

재판소원 제도는 확정된 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해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재판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기본권 침해가 명백한 경우 제기할 수 있다.

재판이 확정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재판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청구 행위 자체는 법 시행일 이후부터 가능하다.

재판소원은 대부분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을 대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헌재 관계자는 “1심이나 2심에서 확정된 판결이라도 이론상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헌법소원 심판은 최후적, 비상적 구제수단”이라며 “당사자가 2심과 3심을 거칠 수 있는데도 재판소원을 하면 ‘보충성 위반’을 이유로 각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충성 원칙은 헌법소원 이전에 모든 권리 구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다.

헌재가 재판을 취소할 경우 해당 판결 효력은 소급해서 상실된다. 헌재 측은 재심 등 별도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취소된 심급의 법원이 기존 소송법에 따라 다시 해당 재판을 진행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재판소원을 청구하더라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기존 재판의 효력이나 집행이 정지되지 않는다. 다만 예외적으로 심각한 불이익이 예상되는 경우 가처분 제도를 신청할 수 있다. 헌재는 이전까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한 기준에 따라 재판소원에서도 가처분 인용 여부를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소원 도입 후 헌재에 접수되는 사건이 초기에 급증해 헌재 업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헌재는 “1년에 1만건에서 1만5000건 정도 (사건이) 접수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전자 시스템이 먹통이 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3심을 거치며 쌓인 기록이 방대해 헌재 업무가 과중해질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재판소원은 4심이 아닌 새로 시작되는 헌법심”이라며 “모든 재판 기록이 헌재에서 사용될 것 같진 않다. 필요한 일부 기록에 대해선 제도화된 방법으로 송수신 가능하다”고 답했다.

재판 기록 확보 문제에 대해서는 법원 및 검찰과 협력할 방침이다.


헌재는 법원으로부터 전자 문건을 송달받는 시스템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는 기소유예 처분 사건 등에서 업무 협조가 이뤄지고 있었던 만큼 재판소원 사건에서도 기록 확보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 사무차장은 “재판소원 사건에서도 법원, 검찰과 지속적으로 논의해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재훈 온라인 기자 jh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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