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후폭풍…대기업들 잇단 자사주 소각

여의도 전경. 뉴시스
여의도 전경. 뉴시스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자본시장에 주주환원 흐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됐던 자사주 관행에 제동이 걸리자 주요 대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소각 계획을 내놓으며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와 주가 재평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3일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상법 개정에 따른 자사주 소각 의무가 시행되기도 전에 선제적으로 소각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개정안은 상장사가 새로 취득한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1년 이내 소각하도록 하고, 기본에 보유한 자사주도 법 시행 이후 최대 1년 6개월 안에 소각하거나 별도의 보유·처분 계획을 마련해 주주총회 승인을 받도록 했다. 

 

그동안 기업들은  자사주를 사실상 무기한 보관하며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활용해 왔지만 이번 제도 변화로 이러한 관행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주요 대기업들은 대규모 자사주 소각 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SK는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자사주 약 1798만주 중 임직원 보상용을 제외한 1469만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당일 종가 기준 약 5조1575억원 규모로 전체 발행주식의 약 20%에 해당하는 금액이며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최대 규모다. 

 

같은 날 삼성전자도 보유 자사주 가운데 8700만주를 상반기 내에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평가액만 약 16조35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주주환원 조치다.  

 

자사주 소각 흐름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SK증권에 따르면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기업은 총 48곳으로, 소각 규모는 약 6조9790억원으로 추산된다. 범위를 올해 1분기 전체로 확대하면 소각되는 자사주 평가액은 20조8043억원에 달한다.  

 

자사주 소각은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순자산가치(BPS)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특히 지주사의 경우 자회사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줄어들면서 자본 효율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그동안 지주사들은 자회사 중복 상장과 불투명한 자사주 활용 등으로 순자산가치(NAV) 대비 큰 폭의 저평가를 받아왔지만, 이번 제도 변화가 주가 정상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가 대규모 자사주 소각안을 발표하며 주주환원 확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며 “앞서 셀트리온, KT&G 등도 1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안을 상정하는 등 관련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사주 소각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2027년 정기 주주총회 이전 약 1년 내외의 소각 기한을 설정해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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