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이란 사태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을 내놨다.
한은은 15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통해 “추경 편성이 수요 측 압력을 통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며 “일반적으로 추경은 수요 증대를 통해 물가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지만, 추경의 규모, 형태, 시기 등에 따라 그 영향이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는 중동 전쟁 등으로 인한 유가 상승 등 비용 상승 압력의 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은 추경의 물가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이유로 국내총생산(GDP) 갭이 마이너스인 점, 정보기술(IT)와 비(非) IT 부문 간의 성장이 차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점 등을 꼽았다. 즉 실질 GDP가 잠재 GDP를 하회할 만큼 경기가 부진해 당장 돈을 풀더라도 소비나 투자가 크게 늘어 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적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월 올해 성장률을 1.8%로 예상하면서 IT 부문을 제외하면 1.4%에 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후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상향 조정했지만, 이 역시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한 IT 부문 호조를 주로 반영했다.
추경의 성장 영향에 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은은 “추경이 GDP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편성되는 세부 사업들의 분야, 규모, 집행 시기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거 사례를 보면 일정 수준의 성장률 제고 효과는 있었다. 한은은 지난해 약 13조8000억원 규모의 1차 추경과 16조2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이 각각 경제성장률을 약 0.1%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는 “6월 3일 지방선거 전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최대 15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예상한다”며 “GDP의 약 0.53% 정도”라며 “재정승수를 0.2∼0.4로 가정할 때 4개 분기에 걸쳐 경제성장률을 약 0.11∼0.21%포인트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씨티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한은보다 0.3%포인트 높은 2.3%로 제시한 상태다.
한은은 추경 편성 필요성과 관련해서는 “올해 성장률이 전년보다 크게 오르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 대응을 위한 추경 필요성은 지난해보다 다소 줄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6월 2차 추경을 앞두고 “내수 침체에 대응해 추경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실 집행률을 높이는 것이 긴요하다”고 밝힌 것과는 다소 온도 차가 있어 보인다. 다만 “최근 중동 상황이 급격히 악화함에 따라 국내 성장이나 물가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인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충격의 경제적 여파는 결국 현 상황의 장기화 여부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며 “실제 추경 여부는 정부와 국회가 법률상 요건 내에서 중동 상황 전개 양상 등 여건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한국은행은 15일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관련해 “추경 편성이 수요 측 압력을 통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월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