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23일 검은 월요일이란 말이 다시 나올 정도로 몸살을 앓았다. 주초부터 원달러 환율이 1510원을 넘어서며 17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고, 주식시장은 파랗게 질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선 올해들어 벌써 6번째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는 오후 3시 30분 기준 전장 대비 16.7원 오른 1517.3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9일 1549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동 정세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환율 변동성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개입 경계감 등으로 1500원대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은 제한적일 걸로 예상되지만 고유가 장기화로 1500원대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도 코스피가 이날 5400선까지 밀리는 등 큰 충격을 받았다. 최종적으로 코스피는 전 거래일 보다 375.45포인트(6.49%) 급락한 5405.75에 장을 마감했다. 개장 직후 오전 9시 18분엔 코스피200 선물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5% 넘게 주저앉으며 유가증권시장에서 5분간 프로그램매매 매도호가의 효력을 정지하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급락장에 발동되는 매도 사이드카는 이번이 올해 6번째로, 이달 들어서만 벌써 4번째다.
삼성전자가 6.57%, SK하이닉스도 7.35% 빠지는 반도체 대형주를 비롯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일제히 큰 폭으로 내렸다.
외국인이 3조6754억원, 기관이 3조8140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반면 개인만 홀로 6조9997억원어치 주식을 쓸어담았다.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64.63포인트(5.56%) 떨어진 1096.89로 마감했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 격화에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미 연방준비제도 금리 인상 우려까지 더해진 것이 이날 증시 하락의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증권가에선 중동 사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나 전쟁으로 인한 충격이 장기화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낙관론도 나온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5500포인트는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 9.16배, 주가순자산비율(P/B) 1.52배 수준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는 환경이 아니라면 지수가 추가 하락하더라도 회복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