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자문기관 중립화 절실”…보험사 입맛대로 ‘지급 거절’ 제동 걸어야

24일 국회의원회관서 열린 ‘중증질환자 피해사례를 통한 실손보험 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주다솔 기자
24일 국회의원회관서 열린 ‘중증질환자 피해사례를 통한 실손보험 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주다솔 기자

“1세대 실손보험이 나를 지켜줄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했지만 6년이 지난 지금 암세포보다 더 무서운 보험사 논리 앞에 서 있다.”

 

중증질환자들이 마지막 보루로 믿었던 실손보험금 지급이 거절당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보험사가 선정한 기관을 통한 ‘형식적 의료자문’ 등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자문기관 선정 중립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선민·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24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중증질환자 피해사례를 통한 실손보험 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중증질환 환자들의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통해 실손보험 제도의 구조적 결함을 진단하고, 환자 권익 보호를 중심으로 한 실무적인 제도 개선 방안 모색이 이뤄졌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실손보험은 단순한 금융상품을 넘어 국민 삶과 직결된 사회적 제도”라며 “실손보험 가입 인구는 4000만으로 성인인구 모두가 가입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실제로 국민들에게 안전망으로 잘 작동하고 있는지 제대로 점검해봐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실손보험금 지급 거절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실제 피해 증언이 잇따랐다. 항암 치료 중인 오은아 씨는 “보험사가 ‘규칙적인 암 치료가 아니다’라는 이유를 들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 시작했다”며 “심지어 ‘종양이 줄었으니 더 이상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 없다’는 논리로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태형 변호사는 실제 암환자들이 보험사로부터 지급 거절된 사례를 분석했다. ▲실제 보험약관의 내용과 다른 내용으로 약관을 안내, 약관을 보험사에 유리하게 해석해 안내한 사례 30건 ▲암의 전이나 재발 소견을 요구하는 경우 16건 ▲구체적인 근거 제시가 불충분한데도 제3의료기관의 자문동의 없이는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안내한 사례 15건 ▲해당 사례와 직접 관련 없는 판결문의 내용을 인용해 안내한 사례가 9건으로 나타났다.

 

최 변호사는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미처 다 담지 못하는 비급여 진료비와 본인부담금을 보완하며 제2의 건강보험이자 사적안전망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다만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보면 사적 안전망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변호사는 실손보험 분쟁의 주요 원인으로 보험약관 규정의 해석 충돌과 보험사 지급 기준의 모호성 등을 꼽았다.

 

특히 보험사의 무분별한 소송 제기나 보험금 미지급 행태를 견제할 장치가 미비하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보험업 관련 감독기관으로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지만, 환자와 보험사 사이의 실손보험금 분쟁에 대해서는 사실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분쟁 해결에 소요되는 시간만 허비하게 되어 환자들에게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절차로 인식되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환자들이 보험금 지급 거절로 감독기관의 문을 두드려도 답변은 원론적인 수준에 그친다”며 “결국 제3의료기관 자문을 받으라는 권고나 소송을 제기하라는 식의 안내를 받게 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보험사가 요청하는 제3의료기관 자문의 객관성 확보 조치가 미흡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최 변호사는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거절 근거로 제3의료기관 자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환자의 자문 동의를 거치긴 하지만, 동의하지 않으면 보험금 지급 거절로 이어지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보험사가 미리 선정한 의료기관 중 선택하게 하는 방식이라 환자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최 변호사는 ‘자문기관 선정의 중립화’를 강력히 주장했다. 그는 “보험사가 선정한 기관을 통한 형식적 자문, 자문 결과의 왜곡·변조 의혹, 자문 거부 시 지급 거절 압박 등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며 “보험사와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적인 의료자문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근거 없이 제3의료기관 자문 제도를 남용해 보험금을 부당하게 거절하는 보험사에게는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최 변호사는 보험사의 무분별한 소송 제기를 억제하기 위해 ▲소송 전 분쟁조정 의무화 ▲소액 사건 또는 중증질환자 대상 분쟁 시 조정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직접 소송 제한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금융감독기관의 실질적 감독 강화를 위해 ▲보험사별 중증질환 보험금 지급 거절 비율 및 소송 제기 건수 정기 공시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 가동 및 위반 시 제재 부과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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