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최모씨는 올해 연봉 인상률이 1%대에 그쳐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소득이 감소한 상황이지만, 다음달 예정된 해외여행 계획을 변경하지 않았다. 최씨는 “지난해 가을 징검다리 황금연휴 때 장거리 국내 여행을 다녀온 뒤 여가 활동에 대한 선호가 더 커졌다”며 “올해 초 큰맘 먹고 노후 차량을 SUV로 교체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기본 생활비나 아이 교육비 등 줄일 수 있는 고정 지출은 최대한 아끼되,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이나 여가 비용은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구 소득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걸었지만 가계 씀씀이와 대외 이동량은 일제히 역대급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가계 소비지출이 3년만에 최대 폭으로 늘어났으며 지난해 말 황금연휴 기간 지방 인구감소지역을 찾은 생활인구 역시 역대 최대 규모를 나타내며 가계의 지출 외형과 이동량이 동반 팽창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국가데이터처가 28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310만 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했다. 이는 2023년 1분기 이후 3년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반면 같은 기간 가구당 월평균 소득(548만 1000원)은 2.4%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소득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342만 2000원)은 0.3% 증가하며 사실상 제자리를 걸었다. 이처럼 소비지출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앞지른 것은 2024년 2분기 이후 7분기 만이다.
가장 지출이 크게 늘어난 분야는 ‘이동’과 ‘여가’였다. 자동차 구입(29.6%)과 연료비(5.3%)가 포함된 교통·운송 지출이 12.1% 늘었다. 음식·숙박 지출 또한 5.1% 증가했고 단체·국외여행비도 21.0% 늘었다. 반면 학령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대학·대학원 등 정규교육 지출은 10.9% 감소해 대조를 이뤘다.
이와 같은 가계의 대외 지출 및 이동량 확대 흐름은 지난해 말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이날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4분기 인구감소지역 생활인구 산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 4분기 인구감소지역의 월별 평균 생활인구는 2803만명으로 집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생활인구는 해당 지역 등록인구와 통근·통학·여행 등으로 하루 3시간 머문 날이 월 1일 이상인 체류인구를 합한 개념이다.
지난해 10월 초 개천절, 추석, 한글날로 이어진 최장 10일간의 황금연휴 효과가 결정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10월 한 달간 인구감소지역의 생활인구는 약 3483만명까지 치솟으며 통상 휴가철 성수기인 8월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전남 고흥·해남, 경남 남해 등 수도권에서 거리가 먼 장거리 지역까지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방을 찾은 이들의 발길은 소비로도 이어졌다. 4분기 기준 체류인구의 1인당 평균 카드 사용액은 12만4000원을 기록하며 매월 전년 대비 증가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