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고가 붕괴 직전까지 열차 통과…안전불감증 도마 위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이 통제되고 있다. 뉴시스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이 통제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고가 아래 철로로 승객을 태운 열차 59대가 지나간 것으로 확인돼 안전불감증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잇따른 안전 사고를 지적하며 엄정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28일 서울시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에 따르면 서소문 고가 붕괴 당일인 지난 26일 오전 2시 30분부터 사고가 일어난 오후 2시 33분 사이 승객을 태우고 사고 고가 아래 철로 통과한 열차는 총 59대로 확인됐다.

 

승객이 타지 않은 채 회송한 열차와 화물열차, 시운전 열차, 모터카 등 당일 사고 구간을 통과한 열차는 모두 166대에 달한다.

 

특히 고가가 무너지기 5분 전에는 승객 42명이 탑승한 KTX 열차가 고가 아래를 통과했고, 사고 1분 30초 전에는 무궁화호 열차가 이 구간을 지난 것으로 파악됐다.

 

코레일 측은 “당일 새벽 야간작업 시 단차가 발생한 사실과 그로 인해 주간에 안전진단을 시행한다는 그 어떤 내용도 시공사나 서울시로부터 전달받은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서울시는 고가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돼 철도·도로 등 통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와 합동 안전진단을 벌이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한편,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은 이날 작업중지해제심의위원회를 열어 서울시가 제출한 철거계획서를 ‘노동자 안전조치 이행’ 조건을 달아 승인했다.

 

서울시는 이날 곧바로 공사를 재개할 계획이다. 시는 철거 작업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오후 관계기관과의 합동 회의를 열었다. 사고가 발생한 구간은 경의선 철도가 횡단하는 곳으로, 안전 조치와 철거가 완료되기 전까진 고가 하부를 지나는 열차 운행이 불가하다.

 

이재명 대통령도 서소문 고가차도 사고를 비롯해 최근 잇따른 안전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안전보다 돈이나 효율성을 중시하는 못된 관행이 사회 일각에 여전하다”며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사고, 삼성역 GTX 철근 누락 문제 역시 이런 병폐에서 비롯된 것 아닌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들은 누구보다 국민 안전에 앞장서야 할 공공부문이 관련됐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며 “관계기관은 신속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승강장에서 홀로 작업하던 청년 노동자가 열차에 치여 숨진 구의역 참사가 오늘로 10주기가 됐다. 그날 이후에도 수많은 노동자가 안전해야 할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가슴 아픈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며 “안전은 가장 효율적인 투자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소문 고가는 지난 26일 새벽 철거 중 대들보 역할을 하는 구조물인 거더가 2.9㎝가량 침하했다. 이에 현장에서 공사를 멈추고 같은 날 오후 안전 진단을 하던 중 슬라브 일부가 무너져 공사 관계자 3명이 숨지고 공무원 3명이 다쳤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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