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 네 곳 중 한 곳 이상은 최근 3년간 버는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주요국에 견줘 한계기업 비중 증가 속도도 가팔랐다. 코스닥 한계기업의 비중은 33%에 달했는데, 이는 코스피 대비 2배가량 높은 수치다. 한계기업은 경제 내 희소한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차지하면서 정상기업의 생산성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그 문제점이 크다.
30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내놓은 ‘주요국 상장사 한계기업 추이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사 한계기업 비중은 27.6%로 집계됐다. 2017년 11.8%에서 8년 새 27.6%로 15.8%포인트나 뛰었다. 같은 기간 주요국의 한계기업 비중 상승 폭을 보면 미국(9.5%포인트), 프랑스(5.5%포인트), 영국(2.8%포인트), 독일(2.3%포인트), 일본(1.9%포인트) 등으로 나타났다. 즉 한국 상장사의 한계기업 비중이 유독 크게 뛴 것이다. 한계기업이란 3년 연속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을 일컫는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한국의 ‘일시적 한계기업’ 비중은 43.9%로 주요국 중 높은 수준을 보였다. 8년 전에 견줘 13.5%포인트 증가했다. 일시적 한계기업은 당해연도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을 뜻한다. 주요국 가운데 미국(44.0%)을 제외하곤 프랑스(40.1%), 영국(36.7%), 독일(27.0%), 일본(9.8%) 등이 한국보다 일시적 한계기업 비중이 작았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의 한계기업 비중은 32.6%로, 코스피 시장(16.7%) 대비 약 2배 높았다. 코스피의 한계기업 비중은 2017년부터 2025년까지 7.1%포인트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코스닥에선 19.5%포인트나 커졌다. 업종별 한계기업 비중은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60.0%)이 가장 높았다. 다음은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36.8%), ‘도매 및 소매업’(36.4%), ‘정보통신업’(32.5%), ‘제조업’(25.6%), ‘건설업’(23.6%), ‘사업시설 관리, 사업 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21.1%), ‘교육서비스업’(20.0%), ‘운수 및 창고업’(11.1%), ‘전기·가스·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7.7%) 순이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본부장은 “우리나라 상장사의 한계기업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교역 여건 악화, 환율·원자재·인건비 등 비용 상승, 내수 부진 등 요인들이 겹치면서 반도체를 제외한 주력 업종들의 경영 여건이 악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기업 활력 제고와 경쟁력 회복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