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설탕과 밀가루에 이어 전분당 가격 담합 세력에까지 수천억 원의 과징금 폭탄을 투하했다.
이로써 올해 식료품 원재료 담합 사건에 부과된 누적 과징금은 1조8000억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현재 심의 중인 잔여 사건까지 확정되면 총 과징금은 2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7일 공정위는 대상, 사조씨피케이, 삼양사, CJ제일제당 등 전분·전분당 제조·판매업체 4곳의 가격 담합 행위에 대해 총 747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올해 식료품 원재료 담합 사건으로 확정된 총 과징금은 1조8155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종전 연간 최대치였던 2017년(1조3330억원)을 훌쩍 넘어선 규모이자 지난해 식료품 담합 전체 과징금(3401억원)의 5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과징금이 이처럼 폭발적으로 급증한 것은 국민 먹거리와 직결된 3대 원재료(설탕·밀가루·전분당) 시장의 고질적인 카르텔이 잇따라 적발되었기 때문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월 설탕 가격을 6년간 담합한 제당 3사에 3960억원을 부과한 데 이어, 5월에는 6년간 공급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제분업체 7곳에 6710억원의 과징금을 매긴 바 있다. 이날 전분당 사건(7476억원)까지 포함하면 세 사건의 관련 매출액 합계만 15조원에 육박한다. 공정위는 이들 소수 과점 사업자가 판매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를 사전에 모의해 시장 경쟁을 심각하게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제재는 해당 기업들의 경영 전반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설탕·밀가루·전분당 사건의 과징금을 모두 합산하면 삼양사가 4353억원으로 부담이 가장 크고, CJ제일제당(3730억원), 대상(2341억원)이 뒤를 이었다.
특히 삼양사의 합산 과징금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1117억원)의 무려 3.9배에 달하며 대상 역시 과징금 규모가 지난해 영업이익(1693억원)을 훌쩍 상회해 당장 실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CJ제일제당은 대한통운을 제외한 기준 영업이익(8612억원)의 약 43%를 과징금으로 지출하게 됐다. 중소 제분업계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탑은 과징금이 지난해 영업이익의 약 8.4배, 삼화제분은 약 7.8배에 달하는 공포스러운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업계 일각에서 ‘징벌적 수준의 과징금’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공정위는 정당한 부당이득 환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번 전분당 제재의 경우 담합 기간이 7년 5개월에 달해 관련 매출액이 장기간 누적된 결과”라며 “과징금은 전년도 단년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계를 짓는 것이 아니라 장기 담합을 통해 얻은 부당 이익을 고려해 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5년간 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이 약 3.8%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장기 담합에 따른 부당이득을 환수하기에 충분하고 적정한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료품 업계를 향한 공정위의 사정 칼날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정위는 이번 가격 담합과 별개로 전분당 입찰 담합 및 부산물 가격 담합 사건에 대한 심의를 진행 중이다. 두 사건의 관련 매출액은 총 2조4900억원 규모다.
법정 과징금 상한(20%)을 단순 적용할 경우 산술적으로 최대 4980억원까지 추가 부과가 가능하다. 최종 심의 결과 위법성이 인정되는 범위에 따라 올해 식료품 원재료 담합 최종 과징금은 2조3000억원 안팎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한번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노희선 온라인 기자 ahrfus3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