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묘와 함께하는 가정에서 ‘굳이’ 습식청소기가 필요할까? 약 3주일 동안 직접 사용해보니 생각보다 꽤 유용했다. 특히 스스로가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더더욱 도움이 될 것 같다.
150년 전통의 글로벌 청소도구 업체 비쎌(Bissell·미국)의 1인 반려가족용 습식청소기 ‘스팟클린 미니’를 지난달 17일부터 사용하고 있다. 지난 4월 출시된 이 제품은 기존 ‘스팟클린 하이드로 스팀 프로’의 크기를 줄인 것으로, 1만2000Pa의 강력한 흡입력과 최대 60도 온수를 활용한 분사·세척·흡입의 트리플 액션 클리닝 시스템이 특징이다. 반려동물 털 제거 툴이 포함됐고, 전용 세제도 따로 있다.
전용 세제는 박테리아를 99.9% 제거하며, 활성산소를 통해 반려동물의 소변, 침, 체취 등 냄새 제거에 탁월하다고 한다. 동물에게도 안전하다는 미국 환경보호청(EPA) 인증도 받았다.
가로 약 30㎝, 세로 약 25㎝, 무게 3.4㎏ 사이즈는 7평 남짓 원룸에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다만 반려견이 아닌 반려묘 가정이라는 점에서 실제로 사용할 일이 자주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강아지처럼 산책 등 외출을 하지 않으니 발자국과 외부 오염물질로 집 안이 더럽혀질 일이 없고, 최근 수년간 반려묘들이 고양이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배변을 한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단 설명서대로 청소기를 조립하고 전용 세제와 온수(최대 60도)를 채운 뒤 집안을 둘러보니 반려묘들의 애착 극세사 이불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고양이는 부드러운 이불 등을 앞발로 꾹꾹 누르며 입으로 빠는 습성이 있다. 일명 ‘꾹꾹이’와 ‘쭙쭙이’인데 아기 시절 어미의 젖을 먹던 본능과 습관이 남아 성묘가 되어서도 종종 발현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반려묘들이 물고 빤 이불이라 침이 묻을 수밖에 없는데, 반려동물의 침은 특히 고온다습한 여름철에는 냄새를 유발하고 세균 번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반려묘들의 애착 이불인데다 세탁을 해서 익숙한 냄새가 사라지면 더 이상 꾹꾹이와 쭙쭙이를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그동안 세탁을 하지 않았다.
스팟클린 미니를 사용하면 비교적 짧은 시간에 필요한 부분만 일종의 세탁이 가능할 것 같아 시도를 해봤다. 버튼을 눌러 세제와 온수를 분사하고 그 위를 닦아내는 식으로 청소기를 돌렸다. 털 제거 툴로 바꿔 끼워서 이불에 붙은 고양이털도 떼어냈다. 비포-애프터 사진을 비교하니 확연히 깨끗해졌다. 또 우려와 달리 청소기를 돌린 후에도 반려묘들은 변함없이 이 이불에 쭙쭙이를 하고 꾹꾹이를 했다.
다음은 도전 상대는 구토 자국이 남은 카펫. 혀로 털을 핥는 습성이 있는 고양이는 그 과정에서 삼킨 털을 토하곤 하는데 이를 ‘헤어볼’이라고 부른다. 헤어볼을 토했을 때 즉시 물티슈로 닦아내면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지만 집을 비운 사이에 토를 하면 그것이 굳어서 자국이 남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토 자국이 남은 카펫도 습식청소기를 돌리니 얼룩이 상당 부분 지워졌다.
‘숨숨집’ 오염 제거에도 큰 도움이 됐다. 고양이를 위한 하우스를 가리키는 숨숨집은 일반적인 세탁기에 넣어서 돌리면 모양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스팟클린 미니는 오염 부분에만 사용해서 얼룩과 털을 제거할 수 있었다.
청소기의 표시 선까지 온수 및 세정액을 채운 용량만큼으로 숨숨집 3개, 극세사 이불 2개, 반려묘 옷 1벌, 인형 2개, 매트리스 커버 1개를 청소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청소기로도 사용할 수 있어서 카펫, 방바닥 등에 떨어진 고양이 화장실 모래를 치우기에도 용이했다. 호스 길이는 1.3m, 전원코드는 3.7m라 콘센트를 이동할 필요가 없었고, 사용 후에는 ‘자가 세척 모드’로 호스 내부를 간편하게 세척할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불가피한 아쉬움은 소음이었다. 헤어드라이기의 중간 모드 정도의 소리였으니 ‘소음’이라고 표현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워낙 고양이는 예민한 동물이다 보니 전원 버튼을 누르고 소리가 나는 순간에 흠칫 놀라는 모습이었다. 고양이마다 ‘개묘차’가 있다 보니 한 반려묘는 맨 처음에만 놀라고 그 뒤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다른 반려묘는 침대 밑으로 숨어서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몇 차례 사용을 하니 적응이 된 것인지 두 반려묘 모두 처음 전원을 누른 순간에만 살짝 놀라고 그 뒤로는 도망을 치지도 않고 각자 할 일을 해서 다행이었다.
스팟클린 미니를 약 3주간 체험하며 실감한 것은 그동안 귀찮아서 넘어갔을 뿐 청소할 데가 많았다는 점이다. 반려묘 가정도 습식청소기가 있으면 꽤 편리하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