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조정이냐, 추세적 하락이냐…반도체 고점론에 증시 요동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뉴시스 제공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뉴시스 제공

 

  국내 반도체 양대산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9일 지난 이틀간 겪었던 조정의 사슬을 끊어냈다. 패닉에 빠졌던 투자자들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불안감을 해소하기는 아직 일러 보인다. 장중 삼성전자는 등락을 거듭했고, 10일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앞둔 SK하이닉스는 오후들어 상승폭이 둔화됐다.

 

 한국은행은 이날 국내 증시의 추세적 하락 전환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하지만 반도체 고점론과 함께 인공지능(AI) 설비투자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건 분명 투자자에게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코스피, SK하이닉스 강세에 강보합 마감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장 대비 5.30% 상승, 218만원대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엔 8% 넘게 오르는 급등세을 보였으나, 장중 오름폭을 일부 반납했다. 삼성전자(0.18%)는 등락 끝에 27만원대를 유지했다. 코스피도 장중 오르내리길 반복하다 0.62% 오른 7291.91에 강보합 마감했다.

 

 국내 증시를 떠받치는 이들 반도체 대형주는 지난 7일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 실적 발표를 기화로 양일간 큰 폭의 조정을 겪었다. 삼성전자가 지난 7~8일 각각 6.92%, 6.25%, SK하이닉스도 6.06%, 5.68%씩 세게 밀렸다.

 

 앞서 지난 2일 미국 빅테크 메타의 클라우드 사업 진출 계획이 알려지며 반도체 고점론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기업) 중 한 곳인 메타는 그간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해왔다. 그랬던 메타가 남는 컴퓨팅 자원을 외부에 판매해 새로운 수익을 내겠다는 소식에 시장에선 ‘AI에 과잉 투자를 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들불처럼 번졌다. 이 여파에 지난주 글로벌 반도체주는 속절없이 흘러내렸다.

 

 이번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에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실적이 컨센서스를 크게 웃돈다면 메모리 업황에 대한 강세가 재확인되며 지수가 매물대를 돌파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놓았는데도 오히려 반도체 주가는 폭락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다양한 해석과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의 시선은 이달 말 나올 하이퍼 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 계획에 초점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빅테크들이 당장 투자를 줄이겠다고 언급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이들이 막대한 투자를 감당할 만한 실탄(현금)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시장은 궁금해하는 모습이다.

 

◆AI 투자, 지속가능할까

 

 국내 증시의 키를 쥐고 있는 반도체 투 톱의 향배는 결국 AI 인프라 투자의 지속 가능성에 달렸다. AI 인프라 투자는 반도체 기업의 실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낙관론과 신중론으로 엇갈린다.

 

 KB증권은 이날 글로벌 AI 투자는 지난해 3900억달러에서 내년 1조1000억달러로, 2년 만에 약 3배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AI 인프라와 클라우드 수요가 장기간에 걸쳐 레벨업될 전망”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해당 기간 AI 인프라 투자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14%에서 50%까지 급증할 걸로 추정했다.

 

 반면,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인프라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AI 서버향 디램(DRAM),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eSSD)는 아직 공급 부족 상황에 있으나, 주문하는 입장인 하이퍼스케일러들의 경쟁적 인프라 투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메타의 경우처럼 자금 조달의 어려움과 성과 불확실성을 겪고 있는 다른 클라우드서비스 제공업체(CSP)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게 이 연구원의 진단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은 국내 주가의 추세적 하락 전환가능성은 제한적이란 의견을 제시했다.

 

 한은은 이날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서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 전망치 상향 조정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정부는 자본시장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는 AI 활용 영역, 관련 인프라 투자 확대로 상당기간 확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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