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파이를 쪼개는 게 아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1일 뉴욕 나스닥 본사에서 열린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오프닝 벨 행사를 마친 뒤 “ADR을 통해 글로벌 자본시장에 직접 다가가 세계 시장에 SK하이닉스를 더 널리 알릴 수 있게 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한층 다양하고 강력한 글로벌 재무적 파트너들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전략적 투자 선택지와 성공 확률도 훨씬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SK하이닉스 주식의 액면분할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 “요청이 더 오면 당연히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최고재무책임자(CFO)로부터 공식적인 제안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동석한 송현종 SK하이닉스 사장도 액면분할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 회장은 반도체 시장이 과거처럼 단순한 공급 과잉과 부족이 반복되는 ‘사이클 산업’에서 벗어나 확실한 ‘구조적 변화’를 맞이했다고 전했다.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시장 구조의 변화를 짚은 것이다.
최 회장은 “사이클 자체가 완전히 소멸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옛날과 같은 공급 과잉 패턴의 사이클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은 명확해졌다”며 “지금은 수요와 공급의 차가 매우 크다.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웨이퍼를 생산하는데 엄청난 리드타임이 존재하고 인프라 병목이 많아 공급의 물리적 한계가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AI 확대로 연산 과정에서 데이터를 지우지 않고 임시 저장해야 하는 ‘키-밸류(KV) 캐싱’ 수요가 폭증하면서 메모리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분석했다.
최 회장은 “AI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메모리 수요는 상당 기간 우상향으로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 AI는 4∼5살짜리 어린아이 수준이며, 이 아이가 성년이 된다는 것은 결국 범용 인공지능(AGI) 세대로 간다는 뜻이다. 그때까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양의 데이터 학습과 애플리케이션 구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HBM4를 비롯해 다양한 압축·저장 기술 혁명이 이어지겠지만 어떤 기술이 와도 메모리 성장세를 막을 방법은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 회장은 미국 내 메모리 반도체 공장 건설 가능성과 관련해 “대규모 전력과 깨끗한 용수 등 조건에 맞는 장소가 있다면 미국이든 전 세계 어디든 상관하지 않겠다”며 “지금은 어느 국가든 공급 확대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