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 생산혁명과 반도체 슈퍼사이클, 그리고 정부의 자본시장 개혁을 계기로 한국 경제가 과거의 저성장 경로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기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경제가 동아시아 특유의 장기 침체에 갇힐 것이라는 비관론을 뒤집고 장기 추세선 자체를 상향 조정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실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바이바이 동아시아 정체론’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같이 밝혔다.
김 실장은 “경제사를 실제로 바꾸는 것은 경기 사이클이 아니라 장기 추세의 기울기”라며 “현재 한국 경제의 움직임은 단순한 경기 회복이 아니라 장기 추세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초기 국면”이라고 짚었다.
이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반도체 경기 침체와 수출 부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정치적 혼란 등이 겹치며 한국 경제가 정점을 찍고 내려앉는다는 ‘피크 코리아론’이 확산됐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특히 한국 경제가 선진국 가운데 가장 강한 성장 탄력을 가진 국가로 재평가받기 시작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제 2% 후반의 성장률이 현실적인 전망으로 거론되고, 한동안 비현실적으로 들리던 잠재성장률 3% 회복까지도 완전히 손 닿지 않는 목표만은 아니라는 논의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중심의 ‘3대 메가 프로젝트’와 상법 개정을 비롯한 자본시장 개혁의 연계성도 강조했다. 김 실장은 이를 자동차에 비유하며 “생산이라는 엔진이 아무리 강해도 그 힘을 전달하는 변속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최고 속도를 낼 수 없다. 지금 한국이 바꾸려는 것이 바로 그 변속기(자본시장)다. 제조업 국가에서 벗어나려는 것이 아니라, 강한 제조업 위에 강한 자본시장이라는 새로운 성장축을 하나 더 얹으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변화가 시작된 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아 장기 추세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성장률 전망의 상향 폭과 자본시장 재평가 속도는 최근 수십 년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2025년은 높은 성장률의 해로 기억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훗날 돌아보면 한국 경제의 장기 추세선이 방향을 바꾸기 시작한 해로 기억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아직 완성된 모델은 아니다. 다만 하나는 분명하다. 한국은 더 이상 과거의 추세선 위에 있지 않다”고 마무리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