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 깨지자 달러 예금 8.8조원 '쑥'…3년 6개월 만에 최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주요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4.7원 내린 1501.4원에 마감했다. 뉴시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주요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4.7원 내린 1501.4원에 마감했다. 뉴시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크게 하락하며 1500원선 아래로 내려가자, 달러 저가 매수 수요가 대거 몰리면서 은행 달러예금 잔액이 9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기업과 개인의 매수세가 동시에 유입되며 잔액은 3년 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9일 기준 총 709억400만 달러(약 101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 잔액인 646억5900만달러와 비교해 불과 일주일여 만에 62억4500만 달러(약 8조8000억원)나 늘어난 수치다. 이 같은 잔액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지난 2022년 말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많다.

 

달러예금이 이처럼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최근 환율이 고점 대비 급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1560원에 육박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일주일 만에 60원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 11일 주간 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11.0원 내린 1498.5원을 기록하며 1500원 선을 밑돌았다. 지난 2일 기록한 고점(1555.8원)과 비교하면 57.3원이나 하락한 수치다.

 

이처럼 환율이 급격히 가라앉자 그간 달러 매수를 미뤄왔던 수입 기업들이 대량 매수에 나섰고,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저가 매수 열풍이 불었다. 실제로 개인 달러예금 잔액은 9일 기준 122억2000만달러로, 지난달 말보다 2억4400만달러 증가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여기에 시장에서는 기업들의 미국 증시 상장 이슈 등으로 원화 강세 기대감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으로 하루에만 10억달러에 달하는 신규 달러 유동성 공급이 예정돼 있다”며 “이에 따라 수출 및 중공업체들의 선제적인 달러 매도 물량이 유인되며 원화 강세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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