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하반기를 맞아 국내 금융권을 이끄는 금융그룹 수장들이 급변하는 자본시장 흐름과 인공지능(AI) 대전환 속에서 ‘근본적 체질 개선’을 일제히 주문하고 나섰다. 전통적인 금융 영토에 안주하지 않고, 일하는 방식부터 조직의 디지털 DNA까지 전면 재설계하겠다는 강한 포부를 드러냈다.
먼저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자본시장으로의 급격한 자금이동 현상인 ‘머니무브’ 흐름을 위기가 아닌 도약의 기회로 규정하며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양 회장은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이틀간 경남 사천에서 열린 ‘2026년 하반기 그룹 경영진 워크숍’에 참석해 경영진들에게 강력한 혁신 메시지를 전달했다. 양 회장은 “AI 대전환과 머니무브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모든 계열사가 고객을 중심으로 원팀이 돼 함께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통적인 은행 중심의 경직된 사고에서 완전히 벗어나,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전면 재설계함으로써 종합 금융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적 구상으로 분석된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강력한 도전 정신을 뜻하는 ‘야성(野性)’을 화두로 던지며 임직원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진 회장은 지난 3일부터 4일까지 경기 용인 신한은행 연수원에서 개최된 ‘2026년 하반기 경영포럼’에서 “시장을 압도하는 야성으로 미래 금융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선언하며, 변화의 중심에 리더들이 서야 한다고 짚었다. 특히 디지털 전환의 핵심으로 AI를 지목한 진 회장은 “리더들부터 먼저 철저하게 AI 역량을 갖추고 다뤄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한금융은 조직 내에 도입된 AI 에이전트를 단순히 업무 보조 수단으로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부의 취약점을 선제적으로 찾아내는 가상의 레드팀으로 활용해 금융 사고를 예방하고 서비스 혁신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실천 로드맵을 확립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단순한 시장 참여자에 머무르지 않고 금융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새로운 룰을 만드는 설계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디지털 대전환을 향한 의지는 과감한 수치적 투자로 증명됐다.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은 지난 5월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 지분 6.55%를 약 1조33억원에 취득하기로 전격 결의했다.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여 미래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쥐겠다는 승부수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인프라 혁신의 정점 ‘청라 그룹 헤드쿼터’ 이전을 앞두고 함 회장은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완전히 혁신하는 총체적 대전환의 출발점”이라고 정의하며 하나금융의 미래 100년을 향한 청사진을 완성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