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1시간 만에 불길은 잡혔지만, 현장에 남은 이들의 시름은 이제 시작이다. 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가 완진된 이후에도 인근 주민들은 유독가스 및 분진 피해와 함께 건물 붕괴에 대한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21일 뉴시스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6시 50분경 인천 쿠팡 32물류센터 6층에서 발생한 화재는 약 61시간 만인 전날 오후 8시경 완전히 진화됐다. 그러나 화재 현장 주변에는 여전히 매캐한 연기와 검은 분진이 맴돌고 있어 인근 거주민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임시 대피소인 신현초등학교 등에 머물고 있는 석남동·신현동 일대 주민들은 진화 이후의 상황을 더 큰 문제로 지목한다. 대피소에서 만난 주민 박순필(79) 씨는 “연기가 너무 심해 창문만 급히 닫고 나왔다”며 “집 안에 쌓였을 분진과 유독물질 때문에 돌아가서가 더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도보 10분 거리에 거주하는 정모(71) 씨 역시 “매캐한 연기로 숨을 쉬기 힘들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 “눈·호흡기 통증 호소”… 주민 자발적 수송까지
화재 현장 인근에서 상생마을 복합커뮤니티센터를 운영하는 김윤희 센터장은 마을 전체가 입은 실질적 피해를 증언했다.
김 센터장은 “화재 당일 오전 탄내가 나 셔터를 올려보니 건물 위쪽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며 “이후 소방차와 대원들이 쉴 새 없이 투입되며 동네 전체가 아수라장이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바람을 타고 시꺼먼 연기가 마을을 덮치면서 상당수 주민이 눈과 호흡기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어르신 비율이 높은 지역 특성상 피해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센터장은 “지원 차량이 턱없이 부족해 개인 차량으로 주민들을 병원까지 모셔다드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 “붕괴 위험·재발 우려”… 쿠팡 측 안일한 대응 비판
주민들은 단순한 화재 피해를 넘어 ‘건물 붕괴’라는 추가 대형 사고의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물류센터 인근에는 대형 도로뿐만 아니라 도서관, 신석초등학교, 신광아파트 및 문화재(조서광묘) 등 주요 시설과 주거지가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화재는 껐지만 대형 구조물의 붕괴 위험이 남아있다”며 “주민들의 불안감에 대해 사측(쿠팡)이 얼마나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해당 사업장 부지의 과거 화재 이력을 언급하며 사전 예방 조치가 미흡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2023년 8월 15일, 해당 물류센터 건물 지하 1층 냉동창고에서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해 창고 2개가 소실되고 소방 추산 약 39억4906만원의 재산 피해가 난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쿠팡이 입주하기 전이었으며, 쿠팡 측은 이후 2024년 3월 해당 건물에 입주했다.
김 센터장은 “과거 지하 화재 당시에도 안전 대비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역 사회와 인접한 물류 시설에 대한 안전관리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희선 온라인 기자 ahrfus3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