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 상승이 비보유 가구의 주거비와 시장 진입 비용을 높이고, 청년층의 주택 취득이 부모세대의 증여·상속 등에 좌우되며 자산 격차가 대물림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3일 국회미래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연구보고서 ‘자산 불평등과 보유세 중장기 개편 과제’에 따르면 주택가격 상승은 지역 간·세대 간 자산 격차 확대의 주요 경로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가계자산의 약 70%가 부동산에 집중돼 있어 이러한 영향이 더욱 크게 작동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연구진은 2024년 주거실태조사와 행정통계를 결합해 주택 보유자와 종부세 과세대상의 특성을 분석하고, 보유세 개편 시나리오별 세부담과 분배 효과를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처분가능소득 지니계수가 2011년 0.387에서 2024년 0.325로 하락한 것과 대조적으로,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2년 0.617에서 2017년 0.584까지 점진적으로 하락하다가 2018년부터 상승 전환해 지난해 0.625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가격 상승은 서울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비수도권의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 배율은 2014년 2.22배에서 2021년 4.62배로 확대됐고, 지난해에도 4.29배에 달했다. 34세 이하 가구의 평균 주택자산은 50~64세 가구의 14% 수준에 그쳤으며, 두 집단의 순자산 격차 중 89~94%가 주택자산 격차로 설명됐다. 이에 따라 주택가격 상승이 청년층의 주택시장 진입을 제한하면서 자산 형성 기회를 축소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2024년 한국의 부동산 평균 실효세율은 0.147%로 일본의 약 3분의 1 수준이며, 주택분 실효세율은 0.122%로 미국 주택 평균의 약 7분의 1 수준이었다. 연구진의 시뮬레이션에서는 시가 1억원 미만 구간의 평균 실효세율이 0.038%, 50억원 초과 구간은 0.472%로 약 12배 차이를 보였다. 보고서는 이를 ‘한국 보유세의 역설’로 설명했다. 누진 구조는 강하지만 각종 특례와 공제로 평균 실효부담은 낮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종부세 과세대상 1주택자, 특히 고령자의 경우 소득 부족으로 납세능력이 낮을 수 있다는 우려는 실제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주거실태조사 분석 결과, 2024년 공시가격 12억원을 초과하는 자가거주 1주택 가구의 85.9%가 서울에 거주했고, 평균 24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11년 가까이 보유했다. 가구주 평균 연령은 58.8세였으며, 60.2%가 소득 상위 10%에 속해 분석 대상 가구의 전형은 서울에 거주하는 중장년·고소득 가구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올해 공시가격 상승분을 반영할 경우 새로 종부세 대상에 편입되는 가구도 57.7%가 소득 상위 20%에 분포할 것으로 추정했다.
1세대1주택 세액공제 적용 비율은 장기보유공제가 79.3%, 고령자공제가 46.7%였고, 공제액은 각각 930억원과 606억원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이 국세통계로 계산한 1세대1주택 세액공제율도 공제 전 산출세액의 54.7%에 달했다. 올해 세제를 적용하면 시가 50억원 주택을 10년 보유한 60세 1주택자의 실효세율은 공제가 없을 때 0.396%에서 60% 공제 적용 시 0.265%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고서는 동일한 자산가액에서도 1세대1주택 여부와 연령·보유기간에 따라 세부담이 크게 달라져 조세의 형평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현행 보유세 체계를 유지하되 자산과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중장기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세대1주택에 대해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을 동시에 인하하는 재산세 한시특례를 예정대로 일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종부세 1세대1주택 세액공제는 폐지하거나 축소해 명목 누진세율과 실제 부담의 격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종부세의 과표 공제와 세율을 주택 수보다 보유 주택자산 총액 중심으로 정비할 것을 제안했다.
이선화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보유세의 문제는 명목 누진성이 약한 것이 아니라 특례와 공제, 주택 수별 차등이 중첩돼 실제 세부담과 자산가액의 연계가 약해졌다는 데 있다”며 “한시특례 일몰과 세액공제 축소부터 시작해 중장기적으로 주택 수별 차등을 줄이고 자산가액 중심으로 세제를 단순화·효율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