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곳에 반려견 해수욕장이 생겨서 좋아요.”
댕댕이들이 푸른 동해바다의 물살을 가른다. 올해 반려견 전용 해수욕장으로 정식 개장한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흥환리 해수욕장의 풍경이다. 지난 25일 이곳에서 만난 진도 리트리버 믹스견 ‘모찌’ 보호자는 “대구에서 1시간 반 정도 걸려서 왔다. 타 지방의 반려견 해수욕장은 너무 멀어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반려견 수영장만 다녀봤고 해수욕장은 처음인데, 눈치 보지 않고 물놀이를 할 수 있다는 게 만족스럽다”고 엄지를 세웠다.
반려견 전용 해수욕장은 반려동물 양육가구 증가 및 반려문화 확장의 흐름 속에 2016년 강원 양양군의 ‘멍비치’가 국내 최초로 문을 열었고 2020년에 접어들어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경북도 내에서는 최초로 지난해 포항시가 이곳 흥환리 해수욕장을 반려가족만을 위한 공간으로 시범 운영했고 긍정적 반응을 확인했다. 이후 시 조례가 마련됐고 지난 11일 개장과 함께 정식 운영 중이다.
이곳은 단순히 해수욕장만 있는 게 아니라 반려견 샤워 및 건조실, 보호자 샤워실, 운영센터, 물품대여소 등이 준비돼 편의를 돕는다. 차양 그늘막과 마루가 설치돼 물놀이 중간 중간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소형견과 중·대형견의 공간을 나눠 안전을 도모했다. 흥환리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운영을 맡고, 사고에 대비해 안전요원도 3인씩 활동한다. 수심이 깊어지는 곳까지 넘어갈 수 없도록 금지라인도 쳤다.
정재관 흥환마을 어촌계장은 “앞서 양양 멍비치, 부산의 반려견 해변 축제 등을 견학하고 지난해 시범 운영을 통해 완성도를 높였다”며 “흥환리 바다는 물이 특히 깨끗하고 시원하다. 해가 넘어가는 노을뷰도 멋진 곳”이라고 자부했다. 이어 올 여름 개장 후 포항은 물론이고 대구, 부산, 경북 구미·안동, 경남 합천 등 인근 지역에서 반려가족들이 방문했다고 알렸다.
중복이었던 이날, 포항 오후 최고 기온이 36도를 찍은 가운데 다양한 견종의 강아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물놀이를 즐겼다. 멋진 선글라스를 착용한 골든리트리버 ‘루키’는 능숙한 헤엄 실력을 뽐냈다.
대구에서 왔다는 루키 보호자는 “바닷물이 강아지 눈에 좋지 않다는 얘길 들어서 씌웠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이더라”고 웃으며 “지난해 시범 운영 때 방문했는데 만족스러워서 올해 또 왔다. 대형견은 무서워하는 사람이 많아서 같이 다닐 곳이 많지 않은데 이렇게 눈치 보지 않고 해수욕을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7살 보더콜리 ‘콜리’는 보호자가 던져주는 공을 향해서 헤엄치며 여름바다를 만끽했고, 두 살 ‘루이’는 귀여운 꿀벌 구명조끼를 입고 물살을 갈랐다. 네 발에 신발을 신고 해변을 산책한 모찌 보호자는 “모래가 너무 뜨거울 것 같아서 미리 챙겼다”고 말했다.
오리 튜브에 앉아 고고하게(?) 물놀이를 즐긴 2살 미니비숑 ‘비누’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중학 3학년 보호자는 “아빠, 엄마, 동생, 막내 비누까지 다 함께 바다로 여행을 와서 너무 즐겁다. 비누의 오리 튜브는 이번에 새로 선물한 것”이라며 웃었다.
첫 바다 수영에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던 8개월 믹스견 ‘시오’는 약 20분 만에 멋진 헤엄을 성공하며 보호자 부부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이들 부부는 “시오와 여름휴가를 겸해 구미에서 왔는데 너무 즐겁다”며 “포항에는 반려견 동반 숙소도 많아서 1박2일 여행을 보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물놀이를 마친 반려가족들은 반려견 샤워실을 이용하며 편리하고 깔끔하다며 한목소리로 만족감을 표했다. 반려견 샤워실에는 4개 욕조, 건조기 4대, 드라이룸 1대가 구비돼 동시에 여럿이 사용 가능했다.
다음달 23일까지 열리는 이곳 해수욕장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된다. 다만 매일 진행되는 해변 소독 및 방역 활동으로 사실상 오후 6시부터는 출입이 어렵다.
정 계장은 “보통 하루 10팀 정도가 방문했는데 오늘(25일)은 오후 3시까지 30팀이 넘게 찾았다. 힘들지만 뿌듯하다”고 웃으며 “장마가 끝나고 8월에 접어들면 더 많은 반려가족이 모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포항=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