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동 분쟁 리스크가 재점화되면서 에너지 등 경기 민감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심리는 지난 4월 이후 5개월 연속 ‘부정적’ 흐름을 이어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국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금융업 제외)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올해 8월 BSI 전망치가 89.9를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지표가 80을 밑돈 건 지난 5월(87.5) 이후 3개월 만이다. 8월 BSI 전망치는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전 조사된 3월 전망(102.7) 이후 5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하회한 것이기도 하다. BSI가 100보다 높으면 전월 대비 긍정 경기 전망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다.
8월 경기 전망은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기준선 100을 하회해 부정 전망이 많았다. 제조업 BSI 전망치는 88.4로 전월(95.6) 대비 7.2포인트 하락했고, 비제조업 BSI전망치는 91.5로 전월(100.6)에 견줘 9.1포인트 떨어졌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이 동시에 부정 전망을 나타낸 것은 지난 5월 전망 이후 3개월 만이다.
업종별 BSI를 살펴보면 제조업 세부 업종 중 초호황기를 맞은 반도체 등이 포함된 ‘전자 및 통신장비(118.8)’와 하계 휴가철 빙과·주류·간편식 등 판매 확대가 기대되는 ‘식음료 및 담배(105.6)’가 호조를 보였다. 반면 ‘석유정제 및 화학(57.7)’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 2월(54.5) 이후 17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경협은 중동 전쟁 장기화로 원재료·에너지 비용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분쟁 재격화로 인한 스프레드 악화와 공급망 불확실성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제조업 세부 업종 중에선 휴가철 특수가 기대되는 ‘여가·숙박 및 외식(116.7)’만이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전기·가스·수도(73.7)’, ‘건설(87.8)’ 등 나머지 6개 업종은 부정 전망을 기록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수출 전망 BSI(100.0)는 기준선에 걸치며 3개월 연속 100 이상을 기록해 다른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다만 수출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은 여전히 부정 전망을 나타냈다. 특히 자금사정 BSI는 87.8로 2023년 1월(86.3) 이후 3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투자 BSI 전망치는 97.0으로 부정 전망이 우세했지만, 2022년 9월(98.2) 이후 3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수출 제조업을 중심으로 설비투자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고 한경협은 해석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본부장은 “반도체 등 일부 주력 수출업종이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중동정세가 다시 불안정해지며 전반적인 기업 심리가 위축되는 모습”이라면서 “대외 불확실성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자재·물류비 부담 완화와 함께, 한계 상황에 직면한 정유·석유화학 산업의 사업 재편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