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9일 SK하이닉스의 분기 실적 발표를 방아쇠 삼아 6% 가까이 폭락해 5600대까지 밀려났다. SK하이닉스의 컨퍼런스콜이 끝나기 무섭게 시장에선 투매가 나타났다. 주주환원 내용 부재 등에 실망한 매물이 출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빅테크들의 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국내 증시가 추가 조정을 이어갈지, 반등 동력을 마련할지 중대 국면을 맞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5.98% 하락한 5663.24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전자(-5.23%)와 SK하이닉스(-9.61%)가 동반 급락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선 이틀 연속 매도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이에 투자자들 사이에선 ‘시장이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 같다’는 자조 섞인 말이 오갔다.
이달 내내 AI 투자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과 반도체 고점 우려에 증시가 가혹한 조정을 겪어왔다는 점에서 이날 SK하이닉스 실적 이벤트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밑돌긴 했으나 사상 최대 실적이었다는 점에서 주가를 이렇게까지 끌어내릴 요인은 아니었던 걸로 보인다. 다만 주주환원 정책을 내심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나오지 않자, 대거 물량이 던진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SK하이닉스는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추가 주주환원 실행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은 확정되는 대로 공유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여기에 중국발 반도체 노이즈도 이날 증시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중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문샷 AI의 최신 모델 공개를 시작으로 창신메모리(CXMT) 상하이증시 상장 흥행, 중국 국영기업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개발 등 중국의 경쟁력을 경계하는 시장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아직 중국의 기술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위협할 수준은 분명 아니지만, 중국산 반도체가 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형성된 걸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날 증권가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낮춘 보고서가 나온 것도 투매 심리를 한층 자극했을 가능성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55만원에서 37만원으로, SK하이닉스는 42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낮춰잡았다.
이제 시장은 이날 밤 나올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30일 애플과 아마존 실적에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와 금융당국은 증시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데 대한 추가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브라질 국빈 방문을 수행 중인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 증시에서) 유독 변동성이 도드라지는 구조적 요인에 대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 점검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