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회사가 합병이나 분할 등을 추진할 때 적용하는 합병가액 산정 방식이 크게 바뀐다. 일정 기간의 주가를 평균해 가격을 정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시가와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함께 따져 ‘공정가액’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이런 내용의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오는 16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입법·변경 예고한다고 밝혔다.
가장 큰 변화는 합병가액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앞으로 상장사는 합병이나 분할·분할합병, 중요 영업·자산 양수도, 포괄적 주식교환·이전 등을 할 때 시가뿐 아니라 자산가치와 미래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정가액을 산정해야 한다. 수익가치는 현금흐름할인모형(DCF)이나 배당할인모형(DDM) 등을 활용해 평가할 수 있다.
현재는 합병가액을 계약 체결일 또는 이사회결의일 등을 기준으로 일정 기간의 주가 평균으로 산정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구체적으로 1개월·1주일·최근일 종가를 산술평균한 뒤 일정 범위에서 할인하거나 할증하는 식이다. 금융위는 법 개정에 맞춰 시행령에 있던 이 같은 세부 산정 방식을 삭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개별 거래 특성에 따라 시가와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합병 결정 과정에서 이사회의 책임도 커진다. 이사회는 합병 목적과 기대효과, 합병가액의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해 공시해야 한다. 합병 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별도의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면 이 역시 의견서에 담아야 한다. 해당 내용은 증권신고서와 주요사항보고서 등을 통해 투자자에게 공개된다.
외부평가도 보다 구체적으로 이뤄진다. 외부평가기관은 합병가액과 거래조건이 적정한지를 판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용한 가치평가 방법이 적절한지와 가치 산정에 사용한 주요 가정이 합리적인지, 평가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까지 검토해야 한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주주가 합병 조건뿐 아니라 거래가 어떤 판단과 절차를 거쳐 결정됐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계열사들끼리 합병하는 경우에는 이해관계 공개가 강화된다. 회사의 특수관계인과 합병 상대 회사 사이의 출자나 채무보증, 임원 겸직 여부, 지분 변동 내역 등을 증권신고서에 기재해야 한다. 계열사 간 거래 과정에서 특정 주주에게 유리한 조건이 적용되는 것을 주주들이 사전에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이와 더불어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산정 방식도 바뀐다. 지금까지는 회사(주권상장법인)와 주주 간 주식매수청구권 매수가격에 대한 협의가 무산되면 일정 기간의 주가를 평균한 가격이 사실상 기계적으로 제시됐지만, 앞으로는 시가·자산가치 등을 고려해 제시해야 한다. 회사는 제시된 매수가격이 적정한지 외부평가기관의 평가도 받고 그 내용을 공시해야 한다.
금융위는 입법예고 이후 규제심사와 증권선물위원회·금융위 의결,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일인 오는 12월 9일부터 하위규정도 함께 시행할 예정이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