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정부가 비급여 과잉진료의 대표 항목이던 도수치료를 건강보험 ‘관리급여’로 묶으면서 관련 실손보험 청구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다만 의료 현장에서는 줄어든 수익을 보전하려 신장분사 치료 등 규제 밖 비급여 항목으로 갈아타는 식의 변칙 진료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모습이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개 대형 손해보험사(메리츠·한화·삼성·현대·DB)로부터 제출받은 근골격계 치료 청구 현황에 따르면, 지난 8월 도수치료 실손보험 청구 건수는 4만5735건으로 전년 동기(55만5204건) 대비 92% 급감했다. 청구 금액 역시 481억400만원에서 19억3400만원으로 96% 줄었으며 건당 평균 청구액도 8만6643원에서 4만2281원으로 반토막 났다.
실손보험 손해율을 높이는 주범으로 지목돼 온 도수치료는 지난 7월 1일 관리급여 항목으로 전환됐다. 관리급여는 과잉진료 우려가 큰 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 체계로 편입해 가격과 이용 기준 등을 관리하는 제도다. 본인부담률을 95%로 적용하는 대신 병원마다 제각각이던 진료비를 회당 4만3850원으로 통일하고 이용 횟수를 주 2회·연 15회(수술 등 중증 시 연 24회)로 제한했다. 물리치료 선행 요건과 도수치료관리시스템을 통한 다기관 누적 관리까지 도입되며 수요가 빠르게 억제됐다.
하지만 도수치료가 빠져나간 자리는 고스란히 다른 비급여 치료들이 메웠다. 일명 냉각 치료로 불리는 ‘신장분사 치료’가 대표적이다. 같은 기간 신장분사 치료 청구 건수는 14만2924건에서 21만8074건으로 53% 뛰었다. 청구액 폭증세는 더 가파르다. 45억5300만원에서 144억6500만원으로 무려 218%나 치솟았고, 건당 청구액도 3만1855원에서 6만6330원으로 2배 넘게 뛰었다.
신장분사 치료뿐 아니라 증식치료, 무통증신호요법, 핌스(FIMS) 등 유사 치료를 아우르는 이학요법료 전체 청구액도 208억4100만원에서 292억8000만원으로 41% 불어났다. 환자는 까다로운 기준 탓에 관리급여로 바뀐 도수치료를 받기 어려워졌고, 병·의원은 깎인 도수치료 수익을 보전하려 다른 비급여 항목을 끼워 파는 혼합 진료에 나서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도수치료 수요 급감 여파로 의료 현장 전반은 큰 혼란을 빚고 있다. 병·의원의 수익 감소는 물론 실적 인센티브 비중이 높은 물리치료사들의 처우 불안까지 겹치면서, 대한물리치료사협회와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를 중심으로 정부의 일괄 통제가 치료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제도 자체를 둘러싼 법적 공방도 본격화하고 있다. 의협은 정부의 관리급여 전환이 실제로는 국민의 치료 접근성과 의사의 진료권을 무리하게 옥죄고 있다며, 관리급여 제도의 위헌성을 가리기 위해 오는 22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다.
이경재 전 전주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실손보험에서 특정 항목을 제한하면서 의료기관과 환자가 다른 비급여 항목으로 이동하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며 “이는 실손보험 재정 건전성을 위협할 뿐 아니라 의료자원의 왜곡된 사용을 초래할 수 있어 단일 항목 규제보다는 비급여 전체에 대한 합리적 관리체계와 의료 적정성 평가가 병행돼야 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