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약품 배송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약사 1만여 명이 집결해 반대의 뜻을 전했다.
2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전날 광화문 세종대로 사거리 인근에 대한약사회 소속 약사와 약학대학생이 모여 ‘국민건강·건강보험 수호 전국 약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약사회에 따르면 1만 명이 넘게 모인 가운데 흰 가운을 입은 참가자들은 “검증 없는 약 배송 확대 즉각 중단하라” “플랫폼 영리 행위 규제하고 국민 건강과 건강보험을 사수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앞서 국회와 보건의료계, 시민사회는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약속했고,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약 배송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은 오는 12월 시행 예정인 개정 의료법에 담겼는데, 비대면진료 의약품 재택 수령 대상은 섬·산간·벽지 거주자,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등록장애인, 감염병 환자, 희귀질환자로 제한된다.
다만 정부는 지난달 20일 약 배송을 전체 비대면 진료 환자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 복지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국무조정실 등 관계 부처와 약사 단체, 비대면 진료 중개업체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약사회는 약물 오남용을 막고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스템과 인프라도 갖추지 않은 채 정부가 약 배송 전면 확대를 성급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부작용을 우려했다.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은 “무분별한 비대면 진료·약 배송 정책의 전면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정부는 제대로 된 통계와 평가, 안전 장치와 시스템도 없이 특정 플랫폼 기업의 수익 모델을 연명하기 아직 시행도 되지 않은 법을 바꾸겠다고 나서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민간 플랫폼의 먹잇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약사회는 정부의 약 배송 확대 방침에 대해 약 배송 민간 플랫폼에 대한 특혜가 의심된다고 반발했다. 또 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 위기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권 회장은 “국민 건강권과 국가 건강보험 재정을 민간 플랫폼 배 불리는데 내던지는 정부의 폭주를 좌시할 수 없다”며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의료쇼핑과 의약품 오·남용을 유발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민간 플랫폼 중심의 비대면 진료 체계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김백건 대한약학대학학생협회장은 “이윤 추구에 혈안이 된 민간 배달망 속에서 의약품이 변질되고 다른 사람의 약과 뒤바뀌는 사고가 터진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며 “개인 의료정보가 사기업의 데이터베이스에 무방비로 축적되고, 신원이 불분명한 이들이 스마트폰 하나로 우리 전문의약품을 싹쓸이해 가는 보안 구멍을 정부는 어떻게 감당하려 하나”라고 일갈했다.
약사회는 정부의 약 배송 확대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이달 9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이어 중기부와 국조실 등을 잇달아 찾아 항의했다. 아울러 약 배송 확대를 위한 민관 협의체에도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이후에도 결의대회와 1인 시위 등 현장 투쟁을 이어가는 한편 입법 투쟁을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