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벨 다음은 ‘물의 시작’… 제주삼다수, AI로 수원 지킨다

제주개발공사가 강수량·취수량·지하수위 데이터에 딥러닝 인공지능 모델을 적용해 최대 3개월 뒤 지하수위 변화를 예측하고 있다. 제주개발공사 제공
제주개발공사가 강수량·취수량·지하수위 데이터에 딥러닝 인공지능 모델을 적용해 최대 3개월 뒤 지하수위 변화를 예측하고 있다. 제주개발공사 제공

올해 먹는샘물 무라벨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생수업계의 친환경 전환이 소비자가 직접 체감하는 영역으로 들어왔다. 국내에서 제조되는 먹는샘물은 무라벨 생산이 의무화되면서 페트병을 둘러싸던 비닐 라벨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다만 생수 매대에 놓인 모든 제품이 같은 기준을 적용받는 것은 아니다. 국내 지하수를 취수해 생산하는 ‘먹는샘물’을 비롯해 해외에서 완제품 형태로 들여오는 먹는샘물, 법적으로 ‘혼합음료’로 분류되는 제품 등이 함께 판매되고 있어서다. 무라벨 의무화 역시 국내 제조 먹는샘물을 대상으로 하며 수입 완제품과 혼합음료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생수의 친환경성을 평가할 때 포장재만큼 중요한 것이 제품의 출발점인 수원(水源)이다. 무라벨이 ‘물을 담는 방식’의 변화라면, 취수원 관리는 ‘물을 얻는 과정’의 지속가능성과 맞닿아 있다.

 

기후변화로 극한호우와 가뭄이 반복되면서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와 관리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2027년도 예산안에서 가뭄 대응을 위한 지하수 저류댐을 기존 4곳에서 7곳으로 늘리고, 취·양수시설 개선 예산을 올해 470억원에서 내년 788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제주는 큰 강이나 댐이 거의 없는 화산섬의 지질학적 특성으로 전체 수자원 이용량의 약 96%를 지하수에 의존한다. 지하수의 양과 질이 도민 생활은 물론 농업과 관광산업, 먹는샘물 생산까지 좌우하는 구조다. 제주도는 지하수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취수허가량을 관리하고 수위와 수질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측하고 있다.

 

제주삼다수도 이러한 관리체계 아래 허가된 범위에서 지하수를 취수한다. 제주개발공사에 따르면 제주삼다수의 취수허가량은 하루 4600톤, 연간 165만6000톤이다. 제주 지하수 전체 연간 함양량 17억5800만톤의 약 0.09% 수준이다. 공사는 1998년 제주삼다수 생산을 시작한 이후 취수로 인한 지하수 수위 변동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장기간 축적한 수자원 데이터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해 관리의 정밀도를 높이고 있다. 제주개발공사는 12년간 쌓은 강수량·취수량·지하수위 데이터에 딥러닝 모델인 장단기기억(LSTM)과 게이트순환유닛(GRU)을 적용했다. 두 모델의 예측값을 결합하는 ‘앙상블 기법’을 통해 최대 3개월 뒤 지하수위 변화를 예측한다.

 

취수원 정보를 한곳에서 관리하는 ‘제주삼다수 취수원 수자원 통합정보시스템(i-SGMS)’도 운영 중이다. 강수량과 지하수위, 수질 등 취수원 관련 데이터와 연구자료를 통합 관리하고 113개 지하수 관측망을 통해 수자원 변화를 지속적으로 살피고 있다.

 

김도영 제주개발공사 사장은 “무라벨 전환을 비롯한 친환경 노력과 함께 제주 지하수를 안정적으로 보전하고 관리하는 것은 제주삼다수의 중요한 책임”이라며 “앞으로도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수자원 관리와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제주 지하수의 가치를 지키고 미래 세대까지 건강한 수자원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